(베를린=연합인포맥스) ○…매년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는 단점이 하나 있다. 참가 기업들이 최초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 제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

다름 아닌 '시기' 때문이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처음 선보여야 전 세계 언론과 고객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유리해서다. 가전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취재하기 위해 베를린행(行) 비행기에 오르며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고민한 이유다.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양사 모두 신제품이 몇 안 됐다. '올레드 명가' LG전자가 신제품이 없다는 이유로 TV 전시장 자체를 꾸리지 않았을 정도다. 올레드 라인업 중에 '세계 최초 무선' 제품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만 전시됐다.

삼성전자(왼쪽)와 LG전자가 IFA 2023에서 최초 공개한 세탁+건조기.
[출처:연합인포맥스]

 

그럼에도 접점이 있었다. 바로 '세탁+건조기'다. 기존에 각각으로 존재하던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 제품이다. 양사 모두 이번 IFA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공통점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스펙'이 대동소이했다. 25㎏ 용량의 세탁기와 13㎏ 용량의 건조기를 한 대로 만들었다.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도 똑같다. 기존 히터 방식 대비 옷감 손상을 막고 건조 시간도 줄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공간 활용도가 높아져 좁은 세탁실에도 설치할 수 있다. 통상 가정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아래로 놓고 쓰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불편에 귀 기울여 출시하게 된 제품이라는 설명이 귀에 꽂혔다. "세탁 후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기는 게 번거롭다" "건조기를 사용하고 싶지만 공간이 없다"는 소비자 의견을 흘려듣지 않고 적극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양사는 상당히 '비슷한' 제품을, 같은 이유로 출시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정식으로 맞붙게 됐다.

사실 세탁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보급률이 100%가 넘어 교체 수요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는 탓에 한쪽 점유율이 늘면 다른 쪽은 자연히 줄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제로섬 게임'이나 다름없다고 평가된다.

누가 더 먼저,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까. 전시장 밖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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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9시 5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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