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표지석(標識石).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그 앞에 세운 돌. 국어사전에 적혀있는 표지석의 '정의'다.

우리 사회에서 표지석은 흔히 건물이나 단체, 인물을 대표하는 '얼굴'로 인식된다. 따라서 표지석을 바꾼다는 건 더 이상 기존 모습이나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다. 자연스레 '표지석 교체'는 '완전한 변화'를 상징하게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아니 한국경제인협회가 19일 오전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앞에서 '새 이름'이 적힌 표지석을 공개했다. 기존 전경련 표지석이 있던 곳에 똑같이 놓였다.

류진 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 임직원들이 한경협 표지석 제막을 준비하고 있다.
[촬영: 유수진 기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덮여있던 흰 천을 걷어내자 선명하게 적힌 '일곱 글자(FKI 제외)'가 드러났다. 1961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이 처음 경제단체를 설립했을 당시 썼던 그 이름이다.

류 회장은 물론, 한국경제인협회 임직원 모두에게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100여명의 임직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제막식은 금방 끝났다. 류 회장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주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쉽지 않은 시간을 버텨온 직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듯했다. 다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도 외쳤다. 한경협이란 새 배에 함께 오른 만큼 힘을 합쳐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의지를 다지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모두가 떠나 조용해진 표지석을 다시 한 번 찾았다 뜻밖의 광경에 잠시 발을 멈추고 말았다. 협회의 '얼굴'이 점점 깨끗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직원들이 오늘 처음 세상의 빛을 본 표지석을 정성껏 닦고 있었다.

한경협 표지석
[촬영: 유수진 기자]

 




도구도 다양했다. 손걸레와 밀대는 물론, 껌 같은 이물질을 떼어 낼 때 쓰는 헤라까지 등장했다. 빗자루로 표지석 인근 잔디밭도 깨끗이 쓸었다. 말끔해진 표지석 위에 지난날의 과오를 지우고 '새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던 류 회장의 말이 오버랩됐다.

류 회장은 이날 제막식에서도 과거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축구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이미 '옐로카드'를 받은 상태"라며 "두 번 다시 기회는 없다. 변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김창범 상근부회장, 모든 임직원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향해 나아가겠다"면서 "한국경제의 글로벌 도약을 이끄는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출범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스타트를 끊었다. 전경련 시절 염원이던 4대그룹 합류도 현실화했다. 이제 남은 건 약속을 지키는 일 하나다. 달라진 기관명과 굳건한 각오에 부합하는 '새 모습'을 기대한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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