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과연 3일까, 아니면 4일까. 정확히는 앞에 '마이너스(-)'가, 뒤에 '조 원대'가 각각 따라붙는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3분기 영업손익 추정치 얘기다.

범위로 보면 -3조 원대에서 -4조 원대 사이다. 가장 왼쪽에 놓일 숫자가 무엇인지를 놓고서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실적 발표일이 코앞인데도 말이다. D-DAY는 오는 11일.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95% 급감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사업에서 전 분기 대비 적자 규모를 줄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얼마나' 줄였는지다. 적자가 일부 개선된 4조 원대 초반에 그칠지, 아니면 3조 원대로 꽤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는지가 관심사다. DS부문은 올 1분기 4조5천800억원, 2분기엔 4조3천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이든 -4든 어찌 보면 한 끗 차이인데 그게 뭐 대수냐 싶을 수 있다. 어차피 '수조 원대' 적자라는 사실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첫 번째 숫자'는 중요하다. 시장에 주는 시그널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회복이 최우선인 삼성전자가 말을 아끼면서도 내심 '-3'을 기대하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건 모두가 아는 팩트다. 시점의 문제일 뿐 방향은 분명하다. 최근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긍정 신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D램 가격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21년 중반 이후 2년가량 하락세를 이어오던 D램 가격이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마저 공급 조절에 동참하며 가격 하락 폭이 완만해지더니 마침내 보합세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에 생성형 AI 시장 확대가 맞물려 4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시장에 온기가 돌 거란 전망이 나온다. 9월 반도체 수출이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의 감소율을 보인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반가운 뉴스다.

다만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업황 반등을 이야기하기엔 다소 이르다고 보기도 한다. 가격 반등은 감산으로 예고된 재고 조정 효과일 뿐, 시장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란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하지만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따라서 메모리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는 본격적인 반등을 앞두고 변화가 시작된 시기로 볼 수 있다.

만약 이번에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인다면 상황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 회복 속도가 기대만 못 하다는 일각의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우는 것은 물론, 다음 단계인 흑자 전환을 논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설령 한 번 더 4조 원대를 찍는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 업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방향성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연 삼성전자 반도체는 4조 원대 적자행진을 멈출 수 있을까. 바로 내일 뚜껑이 열린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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