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취임한 4년차 CEO
아시아나 출신, 연말 인사서 사장 승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제주항공의 코드 번호는 '7C'다. 숫자 7에 알파벳 C가 더해졌다. 통상 항공사들이 영문명과 비슷한 코드 번호를 사용하지만, 제주항공은 그렇지 않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코드를 부여받을 당시 JA와 JJ 등은 이미 사용하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사장)
[출처:제주항공]

 


이 코드 번호를 영리하게 활용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다. 2020년 6월 선임된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7C 정신'을 꺼내 들었다.

제주항공 임직원들이 갖춰야 하는 '실천적 모토'다. 알파벳 C로 시작하는 단어 일곱 개를 모았다. △자신감(Confident) △실력과 역량(Competent)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Connected) △동료애(Cooperative) △일관성 있는 추진력(Consistent) △유연성과 창의성(Creative) △고객 중심(Customer-oriented) 등이다.

이는 당시 대외적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김 대표가 취임한 2020년 6월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빠르게 확산하던 때다. 글로벌 항공업계 전반이 전례 없는 상황을 마주해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 비행기 자체가 뜨질 못하며 생사의 기로에 선 항공사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제시한 '7C 정신'은 전직원이 똘똘 뭉쳐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당부나 다름없었다.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첫발이기도 했다.

그는 "과거와는 다를 포스트 코로나 시장을 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현재 위기는 제주항공 정신으로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뿐 아니라 김 대표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김 대표가 제주항공으로 간 것 자체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소방수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애경그룹은 연말 인사철이 아닌 5월에 '깜짝 인사'를 내고 김 대표 영입 사실을 밝혔다. 이전 대표이사가 주로 애경그룹 출신이거나 금융권 인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력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 대표는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30여년간 몸담은 항공 전문가다. 특히 전략기획본부장과 경영관리본부장을 지내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전략·재무통이었다.

그야말로 당시 제주항공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에서 전무로 퇴임한 김 대표를 부사장으로 한 단계 승진시켜 대표직에 앉혔다.

하지만 팬데믹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실력 발휘가 쉽지 않았다. 화물사업으로 반전 실적을 낸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여객이 유일한 수익원인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최신 기재 도입을 미루고 유상증자와 인건비 절감 등 각종 자구노력을 시행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 기반엔 늘 '7C 정신'이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긴 터널에서 마침내 빠져나온 건 올해 들어서다. 글로벌 여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항공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제주항공은 올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4천368억원, 영업이익 444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2천289억원으로 팬데믹 전인 2019년 1조692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10월 수송객 수도 68만1천187명으로 2019년 10월 66만1천186명 대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에게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김 대표는 27일 발표된 애경그룹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사 측은 "실적 회복을 리드하고 신조기 도입을 꾸준히 추진하며 제주항공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