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해운사를 통해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선박을 시연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해운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 운영하는 선도자(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죠."

한화오션이 29일 연내 해운업 진출과 관련해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전날 한 매체가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무탄소 선대 해운사를 출범해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해운사 설립에 대한 니즈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해운사 설립 등 해운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시기나 방법은 미정"이라고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미확정)' 공시도 했다.

한화오션이 29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한 내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식 입장만 놓고 보면 해운사를 만들려는 목적이 오직 '신기술 시연'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일상에서 통용되는 해운사, 즉 컨테이너나 벌크 선대를 바탕으로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출을 올리는 형태의 회사와는 차이가 있다.

한화오션의 혁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여 배를 주문할 해운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니, 자체적으로 해운사를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테스트 베드' 성격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해운사 설립 이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입에서 출발했다. 이달 중순 찾은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에서 관련 언급을 하면서다.

김 부회장은 연차총회 세션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에서 한화오션이 업계 최초로 개발 중인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소개하며 "글로벌 탈탄소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연소를 위해 약 5~15%의 파일럿 오일이 필요한 기존 친환경 선박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기 때문이다.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은 100% 친환경 연료만 사용하고 전기 추진도 가능하다. 현재 한화는 암모니아만으로 가동하는 가스터빈을 개발 중이다.

이날 김 부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한화그룹의 탈탄소 포트폴리오를 기존 태양광과 수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해양으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탈탄소 비전을 밝히는 모습.
[출처:한화그룹]

 




이 자리에서 그는 "무탄소 추진 가스선의 성공적 시연을 위해 글로벌 해운사를 설립, 미래를 대비한 최첨단 선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선박 기술이 탈탄소화 진전에 핵심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첨단 선박에 대한 수요가 충분치 않다면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명확성이 없으면 선주들이 주문을 주저하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사실 한화오션의 해운업 진출은 한화그룹 편입 직후부터 꾸준히 나오던 얘기다. 작년 5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에 해운업과 해상화물운송사업을 추가하자 해운업이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관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정관을 수정했을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 안팎에선 머잖아 해운업 진출을 공식화할 거란 관측이 잇따랐다.

김 부회장이 구상 중인 해운사는 기존에 시장이 예상했던 해운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컨테이너선사나 벌크선사 같은 해상운송업을 떠올렸다. 정관변경 당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던 HMM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선 해운사 설립을 검토하게 된 배경 외엔 뚜렷이 보이는 게 하나도 없다. 시점은 물론 형태나 방식 등 모든 게 미정이다. 회사 측은 공식 입장 외 추가적인 설명을 자제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친환경 기술과 이에 기반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연 목적의 해운사를 세우겠다는 결정 자체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내놓아 탈탄소 비전에 바짝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 역시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김 부회장이 그리는 친환경 해운사는 어떤 모습일까.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의 눈이 한화그룹의 탈탄소 포트폴리오에 집중되고 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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