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한때 이사회가 '14인 체제'로 운영됐던 곳이다.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가 무려 11명이나 됐다. 오래된 얘기도 아니다. 2021년에 그랬다.

이에 지나치게 이사회가 비대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별도의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로서 직원이 26명(작년 6월 말 기준)에 불과한 회사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많은 건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와 독립성 제고에 긍정적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2022년부터 이사회 다이어트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 효과도 거뒀다. 2022년 3월 사외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신규 선임은 2명만 진행했다. 지난해 역시 임기 만료자는 5명이었지만 신규 선임자는 3명에 그쳤다.

그렇게 3명을 줄여 현재는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8명, 즉 '11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여전히 규모가 상당하지만, 올해는 일절 손을 대지 못한다.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가 3명이나 있지만 똑같이 3명을 신규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이어트 정체기'다.

처음부터 한진칼 이사회의 덩치가 컸던 건 아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한진칼 이사회의 규모가 점점 커진 과정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의 '경영권 흔들기'와 궤를 같이한다. KCGI는 2018년 말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해 2019년, 2020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측과 표 대결을 벌였다. 두 차례 모두 이사 후보를 주주 제안했다.

KCGI의 공격을 받기 전, 그러니까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6인 체제'였다. 이땐 자산 규모(별도 기준)도 2조원 미만이라 이사회의 4분의 1만 사외이사로 채우면 됐다.

하지만 2018년 결산에서 자산 2조원을 넘겨 이듬해부턴 과반을 채워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사내이사를 줄이거나 사외이사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당시 이사회에서 2019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멤버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이었다. 한진칼은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을 후보로 올렸다. 이때 KCGI도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주주 제안했고, 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법원이 KCGI가 주주제안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한진칼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해당 의안은 주총 직전 삭제됐다.

한 번의 실패를 겪은 KCGI는 이듬해 다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2020년 3월 주총을 앞두고 또 한 번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심지어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모두 7명이나 됐다. 이때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꾸렸을 때로 주주제안 결격사유도 없었다.

당시는 3자 연합이 기세 좋게 지분율을 늘리던 시기로 아무도 주총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다. 주주 제안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우려한 한진칼은 사외이사 6명, 사내이사 2명을 후보로 올리며 '맞불'을 놨다. 행여 주주 제안 후보 중 일부가 이사회에 합류하더라도 이사회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이었다.

해당 주총은 회사가 추천한 이사 후보만 전원 선임되며 막을 내렸다. 그렇게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11인' 이사회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던 2020년 말 산업은행이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며 한진칼 주주가 됐다. 이때 체결한 투자합의서엔 산은이 한진칼 사외이사 3명 지명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2021년 3월 산은이 추천한 사외이사까지 한진칼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때 바로 '14인 체제'가 완성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해당 이사들의 임기가 다음 달 끝난다. 산은은 합의서에 따라 다시 한번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했고 한진칼은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이들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노란색 표시가 산은이 두번째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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