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가전업계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경쟁을 본격화한다.

기존에 각각으로 존재하던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 제품을 최근 국내외시장에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콤보',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다.

양사 제품은 접점이 많다. 세탁이 끝난 세탁물을 손수 건조기로 옮겨야 하는 불편을 해소했고 공간 효율성도 높였다.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방식을 적용해 옷감 손상을 줄인 것도 동일하다.

개발 동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조사를 해보면 많은 고객이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이무형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CX팀장(부사장)의 얘기를 LG전자 관계자한테도 똑같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바로 '건조 용량'이다. 삼성 제품의 스펙은 '세탁 용량 25kg, 건조 용량 15kg'인 반면 LG는 건조 용량이 13㎏다. 일명 '2㎏의 차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단독 건조기의 최대 용량이 21㎏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이 한 발 더 가까이 간 셈이다. 양사 모두 세탁 용량은 이미 국내 최고 수준(25㎏)에 맞췄다.

삼성전자가 작년 IFA에서 처음 선보였던 세탁건조기(왼쪽)와 실제 출시 제품.
[촬영: 유수진 기자]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작년 9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일체형 제품을 최초 공개했을 때만 해도 건조 용량이 13㎏이었다. LG전자와 동일했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실제 출시 때 스펙을 높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 덕분에 '국내 최대 건조 용량'이란 타이틀도 가져갈 수 있었다.

업계에선 세탁건조기를 세탁기보단 '건조기'에 방점을 찍은 제품으로 본다.

10년 전 출시됐던 일체형 제품이 시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 이유 역시 '건조'에 있다. 세탁기 상부에 히터를 넣다 보니 열기 때문에 옷감이 수축했고, 건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잦았다. 세탁건조기가 구조적으로 세탁기 안에서 건조까지 하는 형태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일체형이 단독 건조기의 성능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정설'처럼 여겨졌다. 기술적 한계 탓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 개발에 돌입하며 '단독 건조기와 동일한 성능'을 목표로 잡은 이유다. 건조성능뿐 아니라 소요 시간과 에너지 효율 등 전 분야에서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15kg의 대용량 건조를 구현하기 위해 단독 세탁기의 최대 용량(25kg)과 동일한 크기의 드럼과 단독 건조기의 최대 용량(21kg)과 같은 크기의 열교환기를 탑재했다. 열풍이 원활히 돌기 위해선 넉넉한 용량이 밑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11일 비스콤보 AI 콤보 브리핑을 진행한 이무형 삼성전자 부사장.
[촬영: 유수진 기자]

 


그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선점했다. '최대 용량'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무형 부사장은 "'15㎏'은 단순 숫자라기보단 일체형이 킹사이즈 침구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5㎏가 가정에서 세탁하는 대부분의 세탁물을 커버할 수 있는 용량이란 뜻이다.

숫자에서 드러나는 건조 경쟁력은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포화상태인 세탁기와 달리 건조기 보급률은 아직 30%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조 기능을 활용하기 위한 신규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무형 부사장은 "업계에서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한 목표를 잡았지만 결국 해냈다"며 "비스포크 AI 콤보를 체험해보면 단독 건조기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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