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PF를 취급하는 대형 증권사는 브로커리지를 뛰어넘어 후순위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주기도 합니다. '갑'의 지위에서 차주에 불합리한 수수료 조항을 집어넣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자 업계에선 그간의 불합리한 수수료 관행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달 초 다올투자증권·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서 부동산 PF 수수료 관련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부동산 PF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증권사에 대한 점검을 이어가자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부동산 업황이 악화하면서 시행사와 건설사 등에서는 증권사가 불법적으로 수수료를 챙기거나 과도한 금리를 요구한다는 민원이 나온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의 불합리한 제도·관행도 발굴·개선하겠다"며 "특히 PF 금리·수수료가 대출 위험에 상응해 공정과 상식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부과되고 있는지 점검해 건설업계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선 대형 증권사가 PF 대출을 내주며 삽입한 '트리거 수수료' 조항 등을 지적하고 있다. PF 사업장의 분양실적 등 특정 조건에 따라 수수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그간 PF 시장에서 중·후순위 대출에 주로 나선 증권사들은 분양실적이 부진하면 추가 수수료를 받는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문제는 부동산 업황이 악화하면서 전국적으로 미분양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금융의 상환 순위는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 대주를 거쳐 시공사가 공사대금을 챙기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때 대출의 상환 재원은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 분양대금 등으로 마련된다. 사업장 분양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차주(시행사)가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생기고, 트리거 조항이 발동하면 금융비용이 더 커지면서 그 부담이 부동산 금융의 하단을 받치고 있는 시공사 등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PF 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안 되면 상환 가능성이 줄어드는 건데 차주는 오히려 수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며 "대출액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은 갑의 지위에서 조건부 수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건부 수수료 이외에도 선취·후취 수수료 등 금융대주는 금융기법이라 말하지만, 차주 입장에서 불합리한 관행이 흔했다"며 "시장이 악화하면서 이런 조항들이 시공사, 시행사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금융부 황남경 기자)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과 대화 나누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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