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미국에서 삼성전자보다 더 큰 헤드쿼터(미주본사)를 만들려는 LG전자의 장기 프로젝트가 건물 신축을 코앞에 두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20일(미국 동부시간) LG전자의 미주본사 건물 신축이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록펠러 가문의 래리 록펠러(68) 변호사가 반대 입장을 밝혀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막강 재벌 가문이 한국 재벌 기업의 건물 신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LG전자는 올해부터 미국 뉴저지의 잉글우드클리프 실반 애비뉴 111번가(111 Sylvan Ave Englewood Cliffs)에 8층 건물 두 동(총 높이 143피트, 약 44미터)을 건축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는 이미 3년 전에 매입했다.

올해 26에이커(105,218 제곱미터)의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16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LG는 뉴저지 인근의 삼성전자 미주본사(10층 건물 한 동)보다 더 큰 건물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LG 건물이 록펠러 가문이 설립한 맨해튼 클로이스터 박물관과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설계되면서 발생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클로이스터 박물관과 LG 신축 건물이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칭 구도가 돼 나무 높이 위로 올라가는 LG 건물이 박물관의 강 건너 전경을 망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맨해튼의 명물 클로이스터 박물관은 존 D 록펠러의 기부금으로 1930년에 만들어졌다. 존 록펠러는 박물관 전경을 위해 허드슨강 맞은편 팰러세이드 땅을 샀다.

당시 존 록펠러는 땅 매입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연을 보존했다.

나중에 땅을 정부에 기부하는 과정에서 소유자의 이름이 알려졌고,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연을 보호하려는 그의 행동은 미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런 존 록펠러의 유지를 LG가 훼손하고 있다고 손자인 래리 록펠러는 주장했다.

래리 록펠러는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록펠러 가문이 미국에 남긴 팰러세이드 땅(허드슨강 남쪽 녹색 지역으로, 존 록펠러는 700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국가에 기부함)은 자연 그대로 보호돼야 할 유산"이라며 록펠러 가문도 자연보호를 위해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 LG전자 관계자와 `좋은 만남'을 가졌다면서 "LG가 큰 의미, 역사적 의미, 지리적인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G가 올바른 행동을 하려 하기 때문에 (신축을) 다시 디자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래리 록펠러는 록펠러 재단이 지원하는 전미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변호사이자 위원회 이사이다. 환경 보호와 관련해 그의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미자원보호위원회 역시 LG가 신축 건물의 고도를 낮출 것을 원하고 있다. 지역 언론에선 전미자원보호위원회가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마크 이제맨 이사는 "LG 신축 건물은 팰러세이드 지역에서 처음으로 나무 높이 위로 올라가는 건물이 될 것"이라며 "녹지 경관을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록펠러가와 클로이스터 박물관의 소유주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만이 LG전자 건물 신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북부 뉴저지의 '더 레코드(The Record)'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잉글우드 클리프 주민 2명은 지난 8∼9월 LG전자를 상대로 신축 중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한 소송은 지역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시닉 허드슨(Scenic Hudson)'의 변호사인 헤일리 칼록도 소송을 제기했다. 허드슨 강변 리버데일 지역의 문화센터인 '웨이브 힐(Wave Hill)'도 소송할 태세다.

이를 두고 더 레코드는 "팰러세이드 타워 계획이 불타고 있다(PALISADES TOWER PLAN UNDER FIRE)"고 표현했다.

LG 미주 본사의 존 테일러 대변인은 "우려를 듣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이 계획을 자랑스러워한다. 미 동부 지역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아이콘과 같은 녹색 건물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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