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미국 대표 기술주 애플의 주가가 역대 최악의 급락세를 나타내 향후 주가 전망이 월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애플의 주가는 24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나스닥증시에서 10% 넘게 급락했다.

금융전문매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플 주가 폭락으로 나스닥시장에서는 한 때 주식 공매도를 멈추게 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10.5%가량의 하루 낙폭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이다. 하락률로는 지난 2010년 5월 이후 가장 크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애플의 주가가 작년 9월 아이폰5 출시 직후 주당 700달러를 넘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후 4개월 만에 주당 50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 친 것을 부각시켰다.

4개월간 주가 하락률은 35%에 달했다. 시가총액의 3분의 1가량이 날아간 셈이다.

전날 발표한 애플의 최근 분기(2012.10∼12) 실적은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주당 순익은 13.81달러로, 마켓워치가 예상한 13.38달러보다 높았다. 매출은 545억 달러로 시장 예상인 550억 달러 수준에 소폭 미달됐다.

그럼에도,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을 대표하는 주력 상품의 `전망'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애플의 매출 총이익률은 직전 분기 44.7%에서 38.6%로 줄어든 가운데 회사는 3월에 끝나는 다음 분기 매출 총이익률을 이보다 낮은 37.5∼38.5%로 예상했다.

총이익률 추이가 '45%→39%→38%대`로 점점 낮아지는 것을 회사가 공식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매출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는 다음 분기 매출 예상 범위를 410억∼430억달러로 제시해 450억 달러를 기대했던 시장을 실망시켰다.

'애플 신화'의 주인공인 아이폰은 최근 분기 4천780만대가 팔려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증가율은 떨어졌고, 판매량은 시장 기대의 하한선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던 아이패드도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퍼시픽크레스트증권은 올해 세계 시장에서 아이패드의 점유율이 62% 수준에서 50%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신화'가 깨질 것이란 우려가 투자자들을 강타했다.

월가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의 피터 미섹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처음 스마트폰을 내놓았을 때 그것은 '혁명'이었지만 삼성 갤럭시폰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화면이 크고, 성능이 좋은 삼성 제품의 등장으로 애플 제품은 이제 '어렵고 비싼' 상품이 됐다"고 꼬집었다.

월가 투자은행은 바로 애플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제프리스는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목표가격을 주당 500달러에서 300달러로 내렸다.

UBS는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지만 목표가를 550달러로 하향시켰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750달러에서 725달러로, 파이퍼 제프레이는 875달러에서 767달러로 내렸다.

씨티그룹은 이에 앞서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강등하면서 목표가를 575달러에서 500달러로 떨어뜨렸다.

씨티의 글렌 양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저가폰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겠지만 "불확실성이 많다"며 "투자자들은 '애플 신화' 위험에 주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처음부터 기대가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우존스는 '애플에서 배울 교훈(Lessons From Appl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크게 나쁘지 않은 실적에도 애플 주가가 폭락한 것은 애초 시장이 과도한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애플 실적 발표 후엔 주가가 오르곤 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너무 맹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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