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유럽 장기대출 프로그램 이후 신(新) 유동성 장세가 열렸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지나친 '유동성 폭발'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확대된 유동성 장세 해석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은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주로 거론했다.

우리 증시에 흘러들어 온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를 통한 기계적 움직임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대한 펀더멘털을 고려한 것 외에도 차익거래와 같은 프로그램 매매 요인이 크기 때문에 유동성 장세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코스피200을 기준으로 외국인이 연초부터 순매수한 물량은 6조596억원이다. 이중 프로그램 부분의 순매수 규모는 5조582억원으로 전체 매수 물량의 83%를 차지한다.

단순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인 베이시스의 움직임에 따라 유입된 차익거래 물량은 전체의 27%에 달한다.

한성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양호한 베이시스 흐름을 본다면 비차익거래로 신고된 부분도 상당 부분은 차익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외국인 순매수 규모 중 상당 부분은 차익거래 물량"이라고 분석했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도 "LTRO(장기대출) 시행 이후 유동성 공급이 확대돼 유동성 장세가 유지되는 건 맞다"면서도 "다만 기계적 움직임에 따른 프로그램의 매수가 많은 영향을 줬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내 증시 부양의 결정적 계기로 꼽히고 있는 LTRO에 의해 공급된 자금 성격도 짚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유럽계 은행에 공급된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내 주식시장에까지 직접적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냐는 지적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인 외국인 순매수 규모만으로 유동성 장세로 보는 것은 다소 지나친 측면이 있다"면서 "일단 프로그램 매매와 많은 부분이 연계가 됐고 리보(LIBOR) 금리 자체가 많이 내려가 차익 비용 메리트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회를 활용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국내 시장의 펀더멘털 자체를 보고 외국인들이 자금을 투입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차익거래성 물량이 대거 들어왔다"면서 "유동성 흐름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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