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성 비씨카드 부사장>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뱅커(banker)의 자존심은 대개 오랜 여신과 수신 업무 경력에서 나온다. '은행원에게 영업은 필수'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은행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여수신 업무 외에 논-뱅킹(non-banking) 업무만을 주로 해온 '뱅커' 출신의 금융회사 고위 임원은 그만큼 눈에 띄기 쉽다.

16일 연합인포맥스가 만난 원효성 비씨카드 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논-뱅킹 업무를 주로 했던 뱅커 출신 중 하나다. 그는 지점장 경력 하나 없이 마케팅 업력만으로 부행장까지 지냈다. 지금은 비씨카드의 모바일카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 "모바일카드가 대세긴 하냐" = 원 부사장은 "모바일카드가 요즘 최대 이슈이긴 하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의 질문에 답은 최근 한 연구소의 동향 보고서를 보면 비교적 분명해진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신용카드업계 실무자 104명 중 가장 많은 수가 최근 카드업계 최대 이슈로 '모바일 신용카드 시장 확대'를 꼽았다. 2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였고 '통신사의 신용카드 사업 참여'가 뒤를 이었다.

모바일카드 사업이 통신사들의 참여로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위의 '통신사 참여'도 결국 1위로 꼽힌 모바일카드 사업 확대로 귀결된다.

▲ "유심·논-유심 구분 의미 없어" = 최근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등 6개사가 앱 기반 모바일카드를 공동 론칭했다. '앱카드' 론칭은 기존 하나SK카드와 비씨카드의 유심(USIM) 기반 모바일카드에 더해 이 시장의 파이(pie) 자체가 한층 더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모바일카드 시장 안에서의 유심형과 앱형간의 소비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원 부사장은 "유심과 논(non) 유심을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카드 시장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다.

모바일카드라는 것도 결국 여러 지급 결제 수단의 하위 개념 중 하나에 불과한데 굳이 '유심이냐 비유심이냐'로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그는 "고객은 물론 카드사도 향후 어떤 방식을 통해 모바일카드 시장이 커질지 모른다"며 "어느 한 방식으로만 하겠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실제 비씨카드는 유심형 모바일카드 외에도 'mISP'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앱카드와 유사한 형태로 앱기반 모바일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비씨카드에 모바일은 생존의 문제(?) = 일각에서는 한때 비씨카드의 모바일카드 사업 강화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비씨카드의 모바일카드 사업 강화 움직임을 비씨카드에 좋지만은 않게 돌아가는 업계 움직임과 연결해 해석한 데 따른 것이다.

비씨카드의 태동 자체가 은행들의 신용카드 사업 업무에 필요한 가맹점 관리와 카드 발급 및 대금 청구 업무 등을 대행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가맹점 자체망을 갖춘 기업계 카드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비씨카드의 정통 고객이던 은행계 카드사들도 독립해 점차 자체망을 꾸리기 시작했다.

비씨카드 입장에서는 자사 망을 이용하던 고객에게 자기가 직접 망을 깔아 관리하겠다며 독립해 나서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원 부사장은 '고객사 이탈'이라는 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때문에 모바일카드 사업 강화를 이러한 업계 변화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고객사 이탈은 우리와 계약을 종료(terminate)한다는 의미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카드사의 독립이 우리에게 곧바로 위기로 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객사였던 일부 카드사의 독립은 이들이 비씨카드와 별개로 사업을 펼 개연성이 생겼다는 정도지 이게 비씨의 위기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일부 카드사의 독립은 비씨가 제공하는 서비스 안에서 사업하는 영역이 작아진다는 것 정도일 뿐 아예 (계약 자체가) 끝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 "금융마케팅, 껌 파는 것과 달라" = 원 부사장은 씨티은행으로 입사해 카드와 마케팅 담당 이사까지 지냈다. 이후 한미은행에서 카드사업본부장(부행장)을 지냈고 KB국민은행 신용카드사업그룹 부행장도 했다. 비씨카드에는 이강태 사장이 취임했던 지난해 8월에 합류했다.

원 부사장은 본인 스스로를 '금융 마케터'라고 했다. 금융 마케터에게는 금융에 대한 확실한 소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금융 상품 판매도 껌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가치관에 변화가 왔다고 했다.

일반 상품 판매와 달리 금융 상품 마케팅은 신뢰와 공생, 배려가 빠져버리면 향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부터다.

그는 "금융마케팅을 하려면 비금융 마케팅의 스킬만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금융이 가진 철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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