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정부가 한국거래소의 본부급으로 편재된 코스닥시장을 떼어내 실질적으로 독립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벤처기업 활성화 등을 위한 코스닥시장 분리 취지는 시도해 볼만하지만 과도한 코스닥시장 진입 요건 완화 시장이 자칫 발행자 위주의 시장으로 운영될 우려도 병존하고 있다. 또, 수익성이 떨어지는 코스닥시장의 독자 생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코스닥시장을 유가증권시장과 분리 운영해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 "코스닥 제 역할 못한다"…실질적 분리 운영

정부가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을 사실상 분리해 운영하려는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활성화와 직결돼 있다.

그간 코스닥시장이 창조경제를 이끌 벤처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만큼 유망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맞춤식 자본시장'으로 꾸리겠다는 복안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분리의 핵심은 창조경제"라며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용이하게 하고 벤처 기업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용이할 수 있도록 독자적으로 운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1년과 2002년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수는 각각 170개와 150개에 달했지만, 이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뚝 떨어져 지난 2008년에는 38개, 2009년에는 55개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에는 연간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수가 22개까지 줄었고 2013년에는 37개밖에 되지 않았다. 코스닥시장이 유망 기업을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코스닥시장 참여자의 90%가 개인 투자자로 이뤄져 있고 기관과 외국인은 이미 시장에서 관심이 멀어진 상태다. 자금력 있는 기관과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을 외면하면서 기업들도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활용하는 것도 꺼리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벤처가 성공하려면 상장을 통해 성공하는 신화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성공 신화가 2000년대 초반 이후 찾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인 손동원 인하대 교수(경영학과)는 "개인투자자 의존도가 높은 시장은 사실 앞날이 밝다고 할 수는 없다"며 "'스타 기업'의 부재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떠나게 했다"고 말했다.

◇ "기대보다는 우려"

코스닥시장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사실상 분리 운영되는 것은 지난 2005년 코스닥협회가 거래소 산하의 본부로 편재돼 통합된 이후 9년여만이다.

지난해 7월 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된 독립 기구인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코스닥시장 발전을 위한 후속작업이 정부의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정부는 실질적인 코스닥시장 독립 운영을 통해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과도한 정성ㆍ정량평가로 유망 기업이 상장하기도 어렵고 운영하기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시장 운영체계가 유사해 유망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코스닥시장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각종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로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과 별 차이가 없이 운영되면서 혁신기술형 기업에 대한 자본 조달 기능이 약화됐다"며 "혁신형 기업의 자금 조달의 장이라는 본연의 특징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코스닥시장의 사실상 분리 운영 계획을 밝혔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벤처 육성 의욕으로 상장 요건을 완화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 상장을 통한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다"며 "(상장 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면 시장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건을 낮춰 기업을 아무리 많이 상장시켜도 자칫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죽은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지나치게 발행자 우위의 시장을 조성하는 데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증권학회장을 맡고있는 길재욱 한양대 교수(경영학과)는 "과거 코스닥시장에서 문제가 됐던 주가조작 등의 역기능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강화하면서 자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y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