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GS리테일의 H&B 스토어 랄라블라가 10년 넘게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 왓슨스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이후 제때 점포수를 확장하지 못한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판단이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의 랄라블라를 포함한 공통 및 기타부문 사업성과는 지난 1분기 1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86억원 적자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여기에는 랄라블라의 적자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왓슨스코리아 지분 50%를 추가 취득해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했다. 왓슨스코리아는 지난 2004년 GS리테일과 홍콩의 AS왓슨이 합작한 회사다. GS리테일은 왓슨스코리아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왓슨스의 지분 정리로 사명 변경이 불가피해진 GS리테일은 H&B스토어의 새 이름을 랄라블라(lalavla)로 바꾸고 새 출발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않은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 왓슨스라는 글로벌 대표 브랜드를 들여오며 매장수를 크게 확장해야 할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GS리테일이 뒤늦게 공격적인 매장수 확대에 나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뒷북 경영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오너가 3세로 현재 GS리테일의 대표이사를 맡는 허연수 사장은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기존 왓슨스의 매장 확대 등 주요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했다.

이와 달리 업계 1위로 올라선 올리브영은 지난 2010년 무렵부터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점포 확장 전략으로 매장수를 늘려왔다.

하지만 당시 GS리테일은 단기적으로 비용이 크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올리브영의 매장 확대전략에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GS리테일은 매장수 확대가 아니라 비용절감에 치중했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4년부터 대규모 전략점포 가동으로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했고, GS리테일과 매장수 격차도 크게 벌렸다.

지난해 GS리테일은 H&B 스토어를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리브랜딩하면서 비용이 크게 늘어나 영업적자가 592억원(공통 및 기타부문)에 달했다. 왓슨스는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채 실패했고, 리브랜딩하면서 발을 내디딘 랄라블라의 실적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왓슨스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누적적자가 900억원에 육박한다.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5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1천16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매출도 2조674억원을 나타냈다. 매장 수가 400개나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SK증권은 올해 랄라블라를 포함한 GS리테일의 기타부문의 영업적자가 32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앞으로 3년간 매년 최소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도 GS리테일의 기타부문 영업적자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GS리테일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0년 무렵 왓슨스는 매장수를 늘리며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볼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경영판단 실수가 현재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올해 5월 현재 H&B스토어 업계 1위 올리브영은 1천30개에 달하고 랄라블라는 189개에 머물며 이들의 매장 수 차이가 5배를 넘는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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