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보험업계의 영업주도권이 넘어갔다. 최근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당국 말고 독립법인 보험대리점(GA)에 먼저 인사를 한다는 뼈있는 농담이 나오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상품을 팔아주는 GA를 당국보다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 업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보험업계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 금리 상승, 높은 자산 투자 수익률 등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인구 구조 변화가 복병이다. 2017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선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수입보험료와 비례 관계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저출산까지 겹치면서 실제 2017년부터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었다.



저금리 상황도 문제다. 경제 활력이 줄면서 물가 상승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역마진 위험을 높인다. 여기에 저금리 지속에 따른 지급여력비율 하락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은 재무건전성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실손의료 등의 손해보험 손해율 악화에다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분쟁 증가, 보험 사기 등도 엎친 데 덮친 상황에 일조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는 이제 일본 보험산업의 줄도산 사례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 생존이 가장 큰 목표가 됐다.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각종 인슈어테크의 발달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훌륭한 생존기술이 될 수 있다. 혁신적인 상품개발도 그렇다. 이 외에 인수합병(M&A)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KDB생명 외에 잠재 매물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까지 살피면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판매 수수료 과당경쟁으로 매출과 시장점유율에만 목매는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딜로이트 컨설팅은 보험산업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사고와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빠른 변화에 대처하는 민첩함(Agility)을 핵심요소로 꼽았다. ING, 아마존 등 해외 기업이 기존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거나 신규 팀을 만드는 '애자일'에 몰입하는 이유다. 또 이 방식을 도입하는 중요한 이유는 자율성과 책임 부여를 통해 젊은 인재를 찾아내고, 성장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보수적인 금융회사일수록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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