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 4% 선이 전세계 경제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방아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광폭 행보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 국채수익률이 처음으로 4%를 넘었을 때 세계는 고금리에 대한 경기를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440원대를 찍었고, 강원도개발공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한전채 문제가 불거졌다. 올해 3월 미 국채수익률이 다시 4% 선을 건드렸을 때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있었다. 다시 5개월 만인 이달 미 국채 10년물이 4%를 넘어서자 이번에는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최근 1년여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달러-원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중국의 경제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와중에 1등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불안이 커졌다.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물가를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118%로 무려 21%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정부의 각종 방어조치에도 올해 들어 미 달러화에 30% 급락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 시기에 대한 전망은 자꾸 뒷걸음질하고, 인플레이션은 가파른 상승세는 꺾였으나 여전히 고개를 숙이지는 않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승리 선언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게 미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가별 정부채 10년물 금리
출처 : 연합인포맥스



다만 이전과 다르게 안도할 만한 부분도 있다. 시장은 이미 고금리나 중국 부동산 부실에 대한 충격을 겪어봤다. 미 국채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MOVE지수가 장기기준으로는 불안 영역에 있지만, 작년 말이나 올해 1분기 같이 치솟지 않고 있다. 현재 시중금리 수준이 장기화할 수 있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80달러대로 올랐으나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 강한 자극 요인은 없을 전망이다. 미국 측이 중국의 경기 둔화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나쁜 뉴스가 아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둔화는 이웃 아시아 국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에도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MOVE 지수 추이



문제는 연말과 내년을 대비해 경제주체들이 미리 대응에 나설 경우다. 거의 5개월 단위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 선을 넘나들면서 방아쇠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올해 연말과 내년 초 금융시장이 조용히 지나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연말을 앞두고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기 마련이다. 다음주 24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회의가 열린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월등히 크지만,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상충하는 탓에 회의 후 나올 이창용 총재의 발언 내용은 엇갈릴 수 있다. 이달이 지나면 투자위험 관리용 단서를 얻을 만한 통화정책 회의는 올해 두 번만 남게 된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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