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수익 목표 배로 늘리고 DLF 일별 판매목표 제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늘리고자 무리하게 실적 목표를 제시한 정황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확인됐다.

직원의 평가 기준이 되는 핵심경영평가지표(KPI)에서도 DLF를 판매하지 않은 시중은행보다 소비자보호 배점을 낮게 책정하는 등 단기 실적을 위해 고객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금감원이 1일 발표한 해외금리 연계 DLF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판매사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영업점 성과지표에서 비이자수익 배점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게 설정한 반면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했다.

특히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을 경쟁은행 대비 최대 7배나 높게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비이자수익에 대해 일반 영업점은 10%, PB센터는 20%의 배점이 책정됐다. 펀드 판매에 대해서는 일반 영업점에 3.5%, PB센터에 9.0%의 별도 배점을 줬다.

특히 고객 수익률은 2% 배점이 책정됐지만, 사모상품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리은행 PB센터를 통해 주로 판매된 DLF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영업점 평가에 미치는 손해는 없었던 셈이다.

KEB하나은행도 비이자수익에 대해 일반 영업점은 11.8%, PB센터는 20.8%의 배점을 제시했다. 특히 일반영업점의 경우 소비자보호는 감점항목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반면 해외금리 연계 DLF를 판매하지 않은 신한은행이나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은 비이자수익에 별도 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소비자보호 항목의 배점은 최고 10%까지 높인 곳도 있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일단위로 실적을 압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990억원에 불과했던 수수료수익 목표치를 이듬해 1천950억원으로 97.0%나 상향 조정했다. 올해는 2천344억원으로 작년보다 20.2% 늘렸다.

이를 위해 영업본부와 지점별로 공·사모 펀드 판매목표를 부여하고 일별로 달성률을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KEB하나은행은 사모형 DLF 판매목표를 지난해 6천500억원에서 올해 1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룹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이 발행한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금리연계 DLF는 일별·주별 판매목표를 제시해 매일 실적 달성을 압박했다.

본점 차원의 실적달성을 위한 영업 전략 탓에 상품의 안전성을 점검할 수 있는 내부 상품 심의는 무용지물이었다.

내규상 고위험상품의 출시를 위해선 상품선정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했지만, 금리연계 DLF 상품 중 심의를 거친 경우는 1%가 채 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금리연계 DLF 380건 중에 심의를 거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해당 상품조차 심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출시를 먼저 알리는 등 심의 절차를 요식행위로 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2016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판매된 753건의 금리연계 DLF 상품 중 심의를 거친 것은 6건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기초자산인 채권금리 하락으로 기존에 판매한 DLF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해당 은행들은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구조를 바꿔 신규판매를 이어갔다"며 "고객 유인을 위해 약정 수익률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가로 상품 위험성을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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