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호주 중앙은행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인민은행 등이 연준과 같은 행보를 이어갈지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다만 예전부터 나라들이 똘똘 뭉쳐서 대책다운 대책을 내놓았다면 지금 전 세계가 빈부격차, 지구 온난화, 만성 저성장이라는 두통을 심하게 앓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각국의 재정, 통화정책 여력이 다른 이유도 있다. 또 앞으로 시장의 기대와 실제 연준 처방과의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 것인가도 중요하다.
특히 예민할 수 있는 취약한 고리들이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미국의 저신용등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시장과 중국 부동산 시장이 전 세계에 악역을 맡을 수 있다. 그동안 유동성 풍요 환경에 길든 일명 정크본드라고 불리는 저신용 회사채는 경기 둔화와 유동성 위축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이곳에서 채무불이행이 나타난다면 투자등급으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정작 금리 인하를 해도 시장 심리가 얼어붙어 돈이 돌지 않는다면 약한 곳에서부터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또 코로나19 탓에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 중국 부동산시장도 관심이다. 지난달 중국 부동산기업 헝다(에버그란데)는 온라인에서 보유 부동산을 25%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헝다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이던 올해 초 3년 만기 달러 채권을 11.5%, 만기 4년짜리는 연 12% 금리에 발행했다. 채무에 시달리는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외상매입금이 933억달러에 달한다. 이달에만 16억달러 정도의 달러 표시 채권이 만기도래한다.
요즘 코로나19의 예방책으로 손 씻기 외에도 타인과 접촉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주목받고 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속에 제각기 살길을 도모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앞으로 생존전략일까. 아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는 이미 가치사슬(GVC)과 자본이동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긴밀히 연결됐다. 더욱이 지금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서 주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때다. 약한 고리인 미국 회사채시장과 중국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때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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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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