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전 세계 경제 성장 기대를 무너뜨리고, 그 여파가 자산시장에 공포를 키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서둘러 50bp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시장은 환영하는 양상이 아니다. 오히려 연준이 자신 없어 한다는 모습으로 비치고,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게 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잠깐 반등했다가 큰 폭의 약세로 마감했다. 이 정도만으로는 진통제 효과에 그칠 여지가 많다.



전일 호주 중앙은행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인민은행 등이 연준과 같은 행보를 이어갈지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다만 예전부터 나라들이 똘똘 뭉쳐서 대책다운 대책을 내놓았다면 지금 전 세계가 빈부격차, 지구 온난화, 만성 저성장이라는 두통을 심하게 앓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각국의 재정, 통화정책 여력이 다른 이유도 있다. 또 앞으로 시장의 기대와 실제 연준 처방과의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 것인가도 중요하다.



특히 예민할 수 있는 취약한 고리들이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미국의 저신용등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시장과 중국 부동산 시장이 전 세계에 악역을 맡을 수 있다. 그동안 유동성 풍요 환경에 길든 일명 정크본드라고 불리는 저신용 회사채는 경기 둔화와 유동성 위축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이곳에서 채무불이행이 나타난다면 투자등급으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정작 금리 인하를 해도 시장 심리가 얼어붙어 돈이 돌지 않는다면 약한 곳에서부터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또 코로나19 탓에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 중국 부동산시장도 관심이다. 지난달 중국 부동산기업 헝다(에버그란데)는 온라인에서 보유 부동산을 25%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헝다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이던 올해 초 3년 만기 달러 채권을 11.5%, 만기 4년짜리는 연 12% 금리에 발행했다. 채무에 시달리는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외상매입금이 933억달러에 달한다. 이달에만 16억달러 정도의 달러 표시 채권이 만기도래한다.



요즘 코로나19의 예방책으로 손 씻기 외에도 타인과 접촉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주목받고 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속에 제각기 살길을 도모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앞으로 생존전략일까. 아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는 이미 가치사슬(GVC)과 자본이동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긴밀히 연결됐다. 더욱이 지금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서 주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때다. 약한 고리인 미국 회사채시장과 중국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때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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