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도 채권 및 증시안정펀드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나오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증권사가 보유한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하겠다는 의지를 비침으로써 불안감이 잡힌 상태다. 달러-원 환율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살포성 달러 유동성 공급과 통화스와프 발표 등으로 1천300원 직전에서 방향을 돌려 1천220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7.2위안을 고점으로 진정 기미를 보인다.
이런 상황을 토대로 반가운 전망이 나왔다. 완전한 종식이 아닌 정부가 통제가능한 상황에 진입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5월, 유럽과 미국은 6월 이후 점차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이라고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다봤다. 싱가포르처럼 확진자가 재차 증가할 경우 다시 격리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재개된다는 점에서 이런 낙관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2차 유행이 되면 V자형 경기 반등은 언감생심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저유가와 원화 약세라는 환경이 우리 경제에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고, 원자재를 수입해서 쓰는 제조업의 수익성 측면에는 우호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관건은 우리 내부의 병든 곳을 빠르게 치료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신속히 이뤄지고, 스타 기업이 나올 환경을 조성하느냐 여부다. 장기적으로 이런 추진 계획이 없다면 지금 전 세계에서 받는 방역선진국이라는 찬사는 아무 소용없는 '희망 고문'일 뿐이다. 매력 넘치는 기업이 국내 증시에 있다면 전 세계 투자자가 여의도 자본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가 11년째 고공행진을 벌인 것은 세계 다른 곳에는 없는 기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테슬라 등이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이익을 낸 것뿐 아니라 수많은 투자금을 뉴욕증시로 불러모았다. 재정과 경상수지에서 엄청난 쌍둥이 적자를 보인 미국을 건재하게 하는 배경에는 기축통화 달러와 어벤저스급 기업이 있다. 이미 전통의 제조업 역량과 한류로 대표되는 소프트파워를 가진 한국은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내일 총선 이후 몰두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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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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