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제재 비판 과해…패러다임 변화 필요했단 판단 여전"

"라임 배드뱅크 내달 설립…제재 6월 시작"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 전면에 선 은행권에 중장기적인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해 금융권 블랙스완이 됐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를 놓고 안팎의 잡음이 이어졌지만,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도 강조했다.

윤 원장은 28일 취임 2주년 기념 서면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가 장기화한다는 가정하에 은행권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한다면 불 자체가 줄어들면서 오래갈 수도 있는데,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 몫이 될 것"이라며 "은행의 중장기적인 복원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원장의 복원력은 실물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실탄 자본력을 뜻한다. 현재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지만, 장기 국면에 돌입하면 민간 은행에서 이를 하게 될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 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 복원력을 높게 평가하며, 특히 은행의 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윤 원장은 "IMF가 코로나를 고려해 복원력을 높게 평가해준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까진 금융권의 연체율 변화 속도도 빠르지 않다.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BIS 비율이 15.25%, 생보사 RBC 비율이 284%, 손보사 260%, 증권사 NCR이 555%, 저축은행 BIS비율이 14.8% 정도"라며 "(코로나19가) 얼마나 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지막 보루는 그래도 은행"이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역할이 커지는 데 대해선 장단기 사이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단기로 급하니까 산은에 다 맡기고 있지만, 산은은 미래 산업 혁신금융이나 벤처 4차 산업혁명 관련된 곳에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은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니 대기업 지원에 머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희대의 금융사기로 언급되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부실에 대해선 내달부터 문제 해결에 속도가 날 것으로 봤다.

우선 내달 중 이른바 '배드뱅크'로 일컫는 펀드 이관 전담회사를 설립하고 순차적으로 자산운용사 검사가 끝나는 대로 제재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윤 원장은 "분조위에서도 합동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번 주 중으로 마무리가 될 것"이라며 "제재 절차는 빠르면 6월 중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배상하면 피해 구제를 빨리 진행할 수 있지만, 금감원이 이를 푸시하기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하나은행의 이탈리아나 신영·KB증권의 사례가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에 금감원 직원이 연루된 데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라임 사태에 연루된 금감원 출신의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윤 원장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할 것이고, (금감원에) 연관된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 대한 감찰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지난 2년간의 임기 중 가장 큰 고비로 DLF 사태 이후를 꼽았다. DLF의 최대 판매사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내린 제재를 두고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이 이어져서다.

그는 "제재가 개인과 기관을 미워해서 하는 게 아니고 이런 중대한 일이 벌어졌으니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을 져야 하니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며 "주어진 제도의 틀 안에서 매우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 제재심은 해외기구보다 부족하지 않다"며 "소통에서 비롯된 오해도 좀 있었는데, 증선위와 금융위에서 전체적인 큰 흐름이 다 인정됐음에도 그렇게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시간을 돌리더라도 그때와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키코 사태에 대해서도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키코를 불완전판매로 언급하며 기업에 대한 은행의 배상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는 "거시적으로 과거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10년 이상 끌어온 미완의 숙제"라며 "금액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이를 정리하고 가는 것은 한국 금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고객을 지원해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주주가치"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5월 취임한 윤 원장은 아직 1년의 임기를 남겨놓고 있다. 그는 상시 감시체계와 금감원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손꼽았다.

윤 원장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비판을 받았는데 거울삼아 상시 감시체계를 보완해 종합검사와 유기적으로 끌고 가고 싶다"며 "코로나가 계속되면 금융회사 건전성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과도 닿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갈수록 거꾸로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금감원 신뢰를 높이고 싶다"며 "밖에서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최선을 다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소통을 노력해 국민이 조금씩 신뢰하도록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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