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범한 저축은행에서 대출의 수도권 쏠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여신(대출) 잔액은 69조2천100억원인데, 그중에서 83.6%가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등 수도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도권 대출이 차지한 비중인 81.98%보다 그 비중이 커졌다. 수도권 대출규모도 57조5천954억원으로 전년 6월의 49조7948억원보다 16.2% 늘었다.

이 중에서도 서울 지역에만 40조2747억원 규모의 대출이 나가면서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인 58.2%의 여신이 집중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지역이 차지한 비중인 57.1%보다 상승했다.

그 결과 수도권 외 지역에서 나간 대출 비중은 점점 줄었다. 지난해 6월 말까지만 해도 31.5%를 차지했는데 올해 6월 말에는 28.2%로 줄었다.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이 지방보다 서울에서 대출 영업을 더 많이 한 것이다.

저축은행 대출의 수도권 쏠림이 점점 심해지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방 경기를 덮치면서 지방보다는 차주 신용도가 그나마 높은 수도권, 특히 서울지역에서 영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에는 대출 수요가 들어와도 차주 신용도를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보수적으로 대출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전체 저축은행 중 절반이 수도권을 단일 또는 복수 영업망으로 두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출 규모가 큰 자산 상위 7개 대형저축은행은 모두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을 복수 영업망으로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업구역 규제도 대형저축은행들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위해 수도권에 대출 영업을 집중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영업구역 규제는 저축은행이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범한 만큼 대출이나 보증 등 신용공여가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 되도록 제한한다.

여기에 영업권역과 관계없이 비대면 영업으로 수도권 진출이 한층 용이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SS톡톡플러스'를 출시하면서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고객 유입이 늘고 지역 영업망을 둔 저축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해 영업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규복 예금보험공사 연구원은 "저축은행의 복수 영업구역 보유와 관련해 단일 영업구역 보유 저축은행과 형평성 논란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디지털금융을 통한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서 지역밀착형 서민금융회사라는 저축은행의 근본적인 목적을 재설정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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