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작지 않은 규모의 국고채 5년물 만기가 도래하면서 단기구간이 상대적으로 강세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207ㆍ4582)에 따르면 국고채 5년물 15-4호는 11조3천410억원의 만기가 익일 돌아올 예정이다.

지난 2018년 9월 약 21조원의 만기가 도래한 국고채 10년물(08-5호)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같은 날 재정증권도 1조원 만기를 맞는다.

이날은 통안채 1년물 만기 4조600억원도 예정돼 있다.

15-4호의 경우 외국인은 전체 규모의 33.6%에 이르는 3조8천4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만기인 통안채는 전체의 54%인 2조1천940억원을 들고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이 만기물을 롤 오버(만기 연장)하는 정도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부분 채권을 롤 오버한다면 중ㆍ단기에 속하는 2~5년 구간이 상대적으로 더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외국인이 서울채권시장을 이탈하지 않을 이유로 최근 부쩍 상승한 국고채 금리를 지목했다.

지난 한 달 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5bp가량 올라 0.9%대를 돌파했고, 10년물은 30bp 수준 상승해 1.5%대를 웃돌았다.

금리 레벨이 연고점에 이르렀음을 고려했을 때 저가매수 적기라고 여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외국인이 국채선물시장에서 대량 매도를 지속하다 돌연 매수세로 전환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국내 경제에 대한 통화완화적 전망들도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전일 KDI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피치는 통화당국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장 마감 직후 올해 말까지 5조원 수준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달러-원이 1,180원대에 머무는 등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원화채권의 매력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664)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는 전일 기준 약 152조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원, 연초 대비 27조원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보통 외국인이 만기 물량을 받고 매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적극적으로 물량을 늘리지 않다가 순매수가 있었던 것도 미리 롤 오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이 시차를 두고 들어올 수 있다. 롤 오버한다고 해도 곧바로 영향 줄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재투자한다면 비슷한 만기나 짧은 쪽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가 급등해 매매 차익을 누릴 수 있고 원화도 1,180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피치의 언급 등 호재가 있어 외국인 투자가 재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관의 경우 운용 원칙에 따라 자산을 줄이면 롤 오버를 안 할 수 있지만 채권의 경우 보통은 비중을 유지한다"며 "만기물을 롤 오버한다면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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