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4분기 투자목적 바꾼 기업 4곳…사정 들여다보니
국민연금, 4분기 투자목적 바꾼 기업 4곳…사정 들여다보니
  • 진정호 기자
  • 승인 2020.11.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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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4분기 들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꾼 기업은 총 4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연합인포맥스의 보고자별 대량 보유 종목 화면(화면번호 3421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4분기에 롯데하이마트와 삼양식품, 녹십자, 유한양행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경우 지배구조, 배당, 이사 선임 및 해임, 실적 및 재무 상태, 사업계획 등 주요 경영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월부터 완화한 '5%룰(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에 따라 공적 연기금은 '경영권 참여'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반 투자 목적일 경우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정관 변경, 위법한 임원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이를 요구하려면 경영권 참여 목적을 공시해야 했지만, 관련 규제가 완화하면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도 일부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 4곳의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변경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에 나서겠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번에 투자목적이 변경된 기업 중 삼양식품은 경영진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진 기업이다.

삼양식품의 김정수 총괄사장은 남편인 전인장 회장과 함께 40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고 지난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복귀했다.

현행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관련 기업에 취업이 금지되지만, 법무부가 별도로 승인할 경우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현재 비등기 임원으로 복귀한 김 총괄사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재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삼양식품의 투자 목적을 일반 투자로 변경한 만큼 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의 예외적인 승인이 있더라도 국민연금은 김 총괄사장의 등기임원에 기업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 반대표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총괄사장이 '불닭볶음면'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대박을 낸 점과 국민연금의 삼양식품 지분율이 11월 기준 5.9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등기임원 복귀는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양식품은 "김정수 총괄사장이 복귀하면서 사내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회사 업무와 회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사회 정원 6명 가운데 3명은 사외이사로 채워 이사회가 회사 운영과 관련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는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연내 운영기준을 정해 정관 변경 등을 거쳐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올해 초 사외이사 선임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 자리가 보은성으로 회사와 관계가 밀접한 인사에게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3월 롯데그룹은 2016년부터 4년간 롯데하이마트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장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롯데지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전 부원장은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 중인데 김앤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받는 과정에서 변호를 맡았다.

국민연금은 해당 선임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해당한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마찬가지로 반대를 권고했으나 이 전 부원장은 원안대로 롯데지주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시장에선 롯데하이마트는 국민연금이 지분 7%를 보유해 영향력이 큰 만큼 보은 차원에서 입김이 미치지 않는 롯데지주 사외이사로 이 전 부원장을 옮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후 국민연금은 롯데하이마트의 지분율을 9.13%까지 늘렸다가 현재 8.62% 수준으로 소폭 낮췄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삼양식품과 롯데하이마트의 투자목적을 변경한 것은 이사 및 임원 선임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보유 목적 변경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롯데하이마트 측은 최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횡령 및 배임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3심 판결이 나온 데 따른 국민연금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15일 선 전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옴에 따라 국민연금이 일반 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선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2심은 선 전 회장의 배임죄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으나 3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녹십자와 유한양행의 경우 지배구조나 이사 선·해임, 재무 상태 등이 현재로선 문제로 불거지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에 대해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제약 업종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투자목적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유한양행의 지분율이 11.87%로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8년 12월 10.37%였던 지분율은 지난해 12월 12.70%까지 늘어난 뒤 소폭 줄었으나 이후 매매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녹십자의 국민연금 지분율도 지난 16일 기준 9.12%까지 증가했다. 직전 보고서를 제출한 7월에는 지분율이 8.77%였다. 삼양식품 지분율은 5.98%, 롯데하이마트는 8.62%다.

jh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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