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자율경영의 영역이던 배당에 건전성이란 잣대를 들이대면서 은행 금융지주의 자본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그동안 자금 조달에 초점을 두고 수동적으로 자본을 관리해온 금융지주 사이에서는 당국을 향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자본관리 권고안이 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자본정책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의 배경은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에 기반한다.

해당 모형은 재작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실시한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에서 개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수년간 축적된 은행의 자산 상관계수와 실측 부도율에 기반해 IMF 외환위기와 같은 국면에서 개별 은행의 특성을 추산하는 역량이 뛰어나서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주택담보·기타소매·공공기타 등으로 구분하고, 주택이나 상업용 부동산, 예·적금 등 담보 별 손실률을 추정해 위기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 대손비용과 신용위험가중자산을 산출했다. 또 금리나 조달 비용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영업손익, 트레이딩 자산의 평가손익의 추정치까지 반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로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해왔다. 이는 때로는 은행에 자본버퍼를 추가하라는 행정명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배당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 자본을 배분하는 계획도 당국의 승인을 전제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배당 정책에 금융규제운영규정에 기반한 권고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당을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써온 국내 금융지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예기치 못한 금융당국의 허들을 마주하자 '지나치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특히 강도 높은 스트레스테스트 조건에 대한 불만이 컸다. 해외 금융회사보다 건전하기로 유명한 금융지주에 20년도 훌쩍 넘은 위기 상황을 적용한 것을 두고 비약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5%대를 가정한 것 자체가 배당을 제한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스트레스테스트의 강도보단 그간 수동적으로 운영해온 자본 정책의 문제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가 자본의 개념을 수동적으로 활용해온 게 현실"이라며 "보수적인 자본 관리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자본을 활용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충실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의 확충은 위기 이전에 이뤄져야 하고, 선진 금융 기법을 다양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방파제도 두터워야 한다"며 "이번 권고안의 경우 사실상 지난해 결산 배당에만 적용하는 한시적인 조건이라 당국이 자율경영의 영역을 무리하게 침범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시스템의 변화에 후행적으로 대응해온 금융지주 자본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젤Ⅲ 최종안 도입이다. 기업대출의 신용리스크 산출 기준을 완화한 이 제도는 은행 입장에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자본 부담이 줄어 BIS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금융지주의 건의를 수용해 이를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바젤Ⅲ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은행과 지주들은 금감원의 이번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상대적으로 안 좋은 성적표를 받아 배당에 제약을 받게 됐다.

증자도 마찬가지다. 자본금을 늘리는 증자는 통상 시장에서 주가가 내려가는 요인으로 해석돼 금기시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1조2천억 원의 증자를 단행한 신한금융은 주가가 하락해 주당 가격이 하나금융에도 밀렸다.

하지만 악재가 됐던 배당이 자본관리 권고안 아래에서는 차별화 요인이 됐다. 금융당국은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 하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금융회사에만 자율적인 배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개별 은행과 금융지주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대규모 증자를 선제로 단행한 신한금융만이 L자형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대한 정보를 함구하고 있지만, 증자 이슈가 있었던 신한만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국책은행을 빼고 바젤Ⅲ를 늦게 도입한 은행과 지주도 테스트 결과가 하위권일 수밖에 없다. 배당제한에 대한 행정권고가 선례로 남은 이상 앞으로도 비슷한 권고가 이어질 수 있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증자와 같은 자본정책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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