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대적인 인적 변화가 예고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7년 만에 새 의장을 추대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철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은 이달 25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퇴임한다.

그간 박 의장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지난 2015년 선임된 이래 줄곧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외이사 사이에서 맏형 역할을 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행 부총재를 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그리고 6년간 리딩투자증권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다. 국내외 거시경제를 꿰뚫는 날카로움과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험까지 갖춘 금융경제 전문가였다.

신한금융 이사회 안에선 박 의장이 보여준 소통과 조율 능력을 최고로 꼽는다.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허용학 퍼스트 브릿지 스트래티지 대표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금융권 인사가 포진한 이사회가 '어벤져스'에 비유되면서, 일부에서는 '만만치 않겠다'는 경영진을 향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을 부러움으로 바꾼 주인공이 박 의장이다. 막강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면서도 힘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주도했다. 생명을 거쳐 지주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신한이란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수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박철 의장은 한동우 전 회장과 조용병 회장의 신한금융을 모두 경험했다. 한 전 회장은 신한사태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시기 조직의 안정을, 조 회장은 안정을 기반으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 확장해 성장을 효율적으로 끌어낸 CEO라 평가했다.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라임과 헤리티지 등 일련의 사태는 뼈아팠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금융소비자를 그룹의 최우선 가치로 재차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에 의미를 뒀다.

박 의장은 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사회 의제로 직접 제안할 정도로 디지털에 관심이 많았다. 금융 환경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간 은행을 어떻게 성장의 영역으로 끌어낼 수 있는지에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고 내다봤다.

이미 금융권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앞으로 신한금융 내 변화를 주도할 키로 손꼽았다. 수익성에만 의존한 투자나 대출보단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게 박 의장의 당부다.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에 대한 기대도 컸다.

신한금융은 최근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이용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 배훈 오르비스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박 의장의 바통을 넘겨받은 후임으로는 이윤재 이사가 거론된다. 신한금융은 25일 주총에서 14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이사회 구성을 확정하고 이사회 내 소위원회 조직도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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