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지난달 카드사들이 카드채를 발행하는 대신 대거 장기 기업어음(CP)을 선택하면서 서울 채권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국고채 장기금리 상승세 속에서 평가손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 등에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6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710)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사들이 발행한 CP는 총 1조9천7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카드가 찍은 3천500억 원과 신한카드의 1천억 원, 현대카드의 500억 원 등 5천억 원 CP가 오는 2026년 4~5월 중 만기 도래하는 5년물이다.

만기 4년짜리 CP는 5천억 원, 만기 3년짜리도 2천600억 원 규모에 달했다.

통상 CP가 만기 1년 이내로 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올해 들어 1~2월까지 발행된 CP는 모두 만기 1년 미만이었고, 3월 말부터 점차 만기 3년 이상 CP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수급 불균형으로 장기 카드채 발행이 막히자 카드사들이 CP로 우회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월 1조 원 넘게 순발행된 카드채는 3월 들어 순발행 규모가 전월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달엔 1천300억 원으로 급감했다.

발행사들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낮은 금리, 즉 비싸게 채권을 발행하기 원하지만 시장에서 가격 부담을 느끼고 있고, 국고채 장기금리 상승세 속에서 평가손 우려 또한 제기된다.

카드채 'AA+'급 5년물 등급민평금리는 전 거래일 1.897%로 동일 등급ㆍ만기 회사채 금리인 1.935%보다 38bp 낮았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카드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가격이 비싸다면 수요가 대체재인 회사채로 이탈할 수 있다고 관측된다.

전 거래일 카드채 'AA+'급 3년물 신용스프레드는 31.4bp였던 반면 4년물이 22.7bp, 5년물이 25.2bp, 7년물이 30.3bp로 나타났다.

장기 구간으로 갈수록 상대적 강세를 나타낸 셈인데 그만큼 약세로의 되돌림 압력도 크다고 분석된다.

이는 국고채 장기금리가 발행량 확대와 경제지표 호조 속에서 상승한 것과 관련됐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302)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1.7%대에서 지난달 19일 2.207%로 연중 고점을 찍었다.

국고 10년 금리는 이후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듯했지만 재차 올랐고,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으로 2%를 상향 돌파했다.

국고채 장기금리 상승으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은 크레디트 채권에도 연동돼 평가손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일각에선 발행사들의 압박에 인수단이 물량을 떠안게 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인수단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낮은 금리에도 포지션을 떠안으면서 어떻게든 소화시키기도 했었다"며 "인수단이 이런 금리에는 물량을 떠안으면 어렵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DCM 관계자는 "일드 커브가 스티프닝되는 추세여서 투자자들이 접근을 못하고 있다. 채권 발행이 안 돼 CP 발행을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CP 투자자는 채권과 달리 신탁사가 주축이어서 우회해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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