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올해 채권시장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부는 가운데 연일 ESG 회사채와 금융채 등이 강세 발행을 이어가면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유통시장에서는 민평금리와 비슷하거나 민평 대비 높은 금리에 거래되기도 하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등 발행시장과 사뭇 다른 온도 차를 나타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발행된 롯데쇼핑 회사채 3년물은 ESG 형태로 발행됐다.

당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개별민평 대비 15bp 낮은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정해졌다.

그러나 유통시장에선 개별민평금리 대비 평균 2.1bp 수준 높게 거래되는 상황이다.

LG화학이 지난 2월 찍은 5년 만기 ESG 회사채는 개별민평금리와 같은 수준에서 발행됐다.

유통시장에선 평균 3.0bp가량 높은 금리에 맞춰 가격이 매겨졌다.

ESG 채권이 발행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냈다고 해서 유통시장에 분위기가 연동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된다.

이는 100억 원 이상 거래된 내역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 더 작은 규모는 유통시장에서도 종종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3월 발행한 ESG 회사채 3년물의 경우 가산금리가 +10bp로 결정됐다.

유통시장에선 개별민평금리보다 22bp 낮게 팔리기도 했지만 1억 원 안팎의 거래에 그쳤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ESG로 발행하든 일반 채권으로 발행하든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ESG 채권만 담아야 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고 향후 ESG가 아닌 채권을 담을 수 없게 된다면 메리트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ESG라고 해서 굳이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SG 채권이 발행시장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의무적으로 이를 보유해야 하는 기관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식과 채권 위탁운용사 선정에서도 중요 평가항목에 ESG 투자 현황을 넣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달리 유통시장에선 특별한 혜택이 없는데도 발행시장에서 비싸게 가격이 책정된 만큼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된다.

아직 유동성도 충분하지 않아 발행 과정에서 기관에 인수되면 물량이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전해진다.

매월 ESG 채권 발행량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전체 시장 규모의 20%에 못 미친다.

공사ㆍ공단채 등을 포함한 크레디트 채권은 올해 들어 총 165조 원 발행된 가운데 ESG 형태는 32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향후 유동성 프리미엄을 갖춘다면 유통시장에서도 ESG 채권이 강하게 거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펀드 등에 들어가면 물건이 잠겨버려 유통물 자체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일부 보유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들고 있는 물량을 굳이 유통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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