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세계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알아준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2018년 지표를 기준 삼아 152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가 독일, 중국 다음으로 3위였다. 1990년 17위였던 순위는 2006년 5위, 2010년 4위에 진입한 후 다시 한 계단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선방한 것은 K-방역 덕분도 있지만, 제조업 기반의 탄탄한 산업 경쟁력이 큰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조업 기반의 한국 경제는 순항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금융을 대표하는 은행의 경쟁력은 어떨까. 미국에서 자산 기준으로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씨티그룹은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을 통매각하기로 했다. 이런 방침이 공개된 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마땅한 인수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는 배경에는 은행 소매금융 분야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회의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는 수익을 위해 13개 국가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제 각 지역 요지 빌딩의 1층을 차지했던 은행 점포는 사라지거나 2층으로 쫓겨 올라간 지 오래다. 기존 은행업은 인터넷 은행 등 핀테크 업체의 출현으로 도전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거대한 크기의 배가 선회하듯이 발 빠른 체질 개선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권도 선거철마다 은행의 깐깐한 대출 관행을 때린다. 요즘 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에 많은 자본을 태운다. 하나금융투자가 총 1조 원을 수혈받았고,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증권, IBK 은행의 IBK투자증권도 수천억 원 종잣돈을 받았다. 저금리 기조 속에 자산 가격과 부의 축적에 관심이 많은 동학 개미의 출현으로 증권업과 자산관리가 한국 금융의 중심부로 침투해가는 형국이다.

아직 증권사는 은행과 비교해 덩치가 작고 자본력도 부족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잠재력은 충분해 보인다. 올해 1분기 한국투자증권은 3천500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연결기준 3천억 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거뒀다. 단순 계산으로 매 분기 이 정도의 실적을 쌓는다면 연간 1조가 넘는 순익을 달성하게 된다. 이 정도 이익을 계속 투자할 수 있다면 증권사의 성장 속도는 상당히 가팔라질 것이다. 또 위험도 높은 기업금융에서 손을 떼는 은행의 빈자리를 증권사가 채운다면 제조업 강국 위상을 지키고, 혁신기업인 유니콘을 육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증권업계가 우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다수 전문가는 증권업계가 한국 금융산업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이유로 변동성 큰 수익성과 불안한 리스크 관리를 꼽고 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달러-원 환율을 급등하게 하면서 금융시스템 위험까지 키울 뻔한 주범은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이슈였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분명 확인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4조 이상 대형증권사들의 자본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평균 64%로 전년 동기의 96%, 작년 말의 71%에서 감소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성장기반은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에 더할 나위 없는 자양분이다. 증권업계가 한국 금융 대표주자로 나설 여건은 이미 조성됐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libert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