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하반기를 앞두고 미국의 동향이 심상찮다. 지난달 초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인상돼야 할 수 있다고 발언해 이전과 다른 뉘앙스를 보였다. 이어 이달 중순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3년 기준금리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점도표를 공개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아직 아니라고 버티던 시장이 지난 주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2022년 말 금리 인상 예상 발언에 '홱' 돌아섰다.

애초 2023년으로 봤던 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와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로 리플레이션 거래가 뒤집히면서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연 1.30%대로 하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국채 금리가 경기 부진을 반영하는 레벨인 1.45% 선 아래로 빠질 것으로는 내다보지 않았기에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호조를 걱정하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으로 시장 키워드가 옮겨 간 셈이 됐다. 이제 투자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하는가.

경기 발목을 잡는 요인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른 속도로 늘지만 80여 개국에서 확인되는 '델타 변이'에 의한 재확산이 첫 번째 위험요인이다. 다음은 올해 하반기에는 작년 상반기 코로나 확산 초기에 기록된 급격한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거론된다. 또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기업 실적에 타격을 주고, 결국 경제 활동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이는 하반기 믿을 구석으로 하나 남은 기업 실적 낙관론의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달러 강세도 무시 못 할 악재다.

몇 가지 다행인 점도 있다. 우선 연준이 현재 보유 중인 국채 중 1조 달러의 만기가 1년 이내여서, 앞으로 1년간 만기분의 재투자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이 이어져도 완화적인 유동성 환경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진단한다. 또 바이든 정부가 4분기부터 시작할 인프라 지출도 경기 완충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 시장을 발작시켰던 경험상 연준이 짧은 기간에 급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것에 신중할 것이라는 공감대도 있다. 물가 안정과 함께 연준의 또 다른 목표인 고용시장 정상화를 세심히 살피면서 속도 조절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래서 지금 나오는 미 재무장관이나 연준 위원의 매파적 발언들은 실제 시장을 주기적으로 각성시켜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려는 일종의 예방주사라는 해석도 있다. 어디까지나 연준의 행보는 앞으로 나올 지표에 따라 결정될 여지가 많다. 다만 장기적으로 연준의 출구전략이 점점 더 가시화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작년과 같은 V자 반등장의 경험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리스크 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 파티장에서 춤을 계속 추더라도 출구 쪽으로 한 발짝씩 옮겨가야 할 때이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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