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말 동안 전 지구적으로 바다생물 떼죽음과 폭염, 산불, 수해를 다룬 기사가 줄줄이 나왔다. 주요 외신의 단골 메뉴였던 캐나다의 기록적인 더위가 미국 서부로 내려오면서 캘리포니아 거의 전역과 남서부 주요 도시들이 폭염 영향권에 들어섰고, 사상 최고 기온 기록도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는 결국 생명까지 앗아갔다.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의 홍합, 조개, 불가사리 등 바다생물 10억 마리가 지난 2주간 폐사했다고 추정된다. 바다 생태계 하위에 있는 생물들의 집단 폐사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중국 쓰촨성에서도 기록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났다. 국내도 예년과 다른 아주 짧은 장마가 지나간 뒤 폭염에 열대야 예보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직면한 인류가 극복해야 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친환경적인 경영 방향을 수립하고 실천해나가겠다는 산업계와 금융계의 선언이 이어지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아주 밀접한 보험산업의 구체적인 대응 모습은 아직 눈에 띄고 있지 않다. 보험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복원하는 일과 직결되는 산업이다. 지난 2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보험산업 ESG경영 선포행사를 가진 후 교보생명 등이 탈석탄금융을 선언한 것이나 삼성화재가 ESG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한 정도다. 나머지 보험사들도 기존에 있던 지속가능경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한 보험산업의 대처가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는 빈도가 잦아지는 데다 규모도 커지는 자연재해에 대해서 보험사 자체로 재무적 리스크를 평가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면 상당한 규모로 나타나는 것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리는 기후변화 존재 여부에 대해서 더는 논의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계약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보험산업도 기후변화에 관한 데이터의 축적과 예측 모델 구축, 스트레스 테스트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 금융감독당국은 국내 보험업계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ESG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게 이에 걸맞은 재무건전성 기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상황으로 전체적인 수익률이 떨어진데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까지 신경 써야 할 국내 보험업계는 자본확충 부담으로 투자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런 보험사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인프라 건설 투자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탄탄한 인프라 건설은 대규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적극적 예방과 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기후변화 대처와 일자리 창출 등을 함께 도모할 계획이다. 또 이런 장기 투자는 보험사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도 이점을 줄 수 있다. 기후변화는 보험업계에 위험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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