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전부에서 한 번씩 1등을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 미디어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 배경으로 앞서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과 비슷한 '빈부 격차'와 '계급투쟁'을 꼽고 있다. 일부는 최근 국가별로 '백신보급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꼽고 있다.

다양한 해석 속에서 해외 팬들까지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부분은 '빚'이라는 단어로 수렴한다. 대부분 참가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에 허덕이는 공통된 배경을 가진다. 이런 현실을 타개할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일확천금을 얻는 길과 죽음 외에는 벗어날 길이 없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이 등장한다. 승자만 모든 것을 획득하는 게임이나 게임장 밖이나 뭐가 다르냐는 대사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은 현실을 각성한다. 이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를 살리려고 각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음에도 빚을 늘려야 했던 우리들 상황과 유사하다.

비단 개인뿐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대면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제대로 된 사업 활동을 하지 못한 기업, 이런 기업과 국민을 살리려는 정부도 대폭 부채를 확대하면서 위기 상황을 버텨오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질서 있는 부채 출구 전략이 절실한 때다.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가 신흥국의 금융 안정성을 취약하게 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 가격이 펀더멘털이 정당화할 수 있는 이상으로 폭등하는 '에브리싱 버블'이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한국은행도 현재 급증한 부채 상황을 경계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한도 관리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출구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런 정책 흐름은 내년 대선에서 어느 정부가 출범하든지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 세계적인 부채 확대 기조 속에서 국가와 기업, 개인이 안정적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상대우위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발발 이후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줄 알았지만 2010년 유럽발 재정부채 위기가 터지면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은 특히 칠흑 같은 불확실성에 갇혔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내외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부채 출구전략은 쉼 없이 지속돼야 한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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