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금리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인 스탠스를 지목했다.

한은 총재의 매파적인 발언과 한은의 시장 개입이 있을 때마다 시장금리가 출렁였는데 과거에 비해 변동성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충분히 대비했고 기준금리 대비 국고채 금리 수준이 과하게 높아졌음에도 한은 총재의 추가 발언이 이어질 수 있어 경계감이 커졌다.

19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12)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간 차이(스프레드)는 112.5bp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10월 스프레드가 262bp까지 벌어진 이후 최대다. 한은은 이듬해인 2010년 7월에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국고 3년 금리와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를 보면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다소 과하게 반영했다고 평가된다.

채권시장에선 기준금리 상단을 기존 1.5% 전망에서 1.75%로 올려 잡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각에선 시장금리 상승세로만 보면 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2%까지 올라도 무방할 정도라고 해석했다.

시장금리에 우려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에도 한은 총재나 한은이 지속해 개입하면서 충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권사 채권부서의 한 임원은 "최근 증권사 손실이 불어난 것은 대비를 안 해서가 아니다"며 "대비를 충분히 했음에도 한은 총재가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 버리니 장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첫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기는 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금통위 외에 한은이나 한은 총재가 개입했을 때 금리 급등세가 반복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지난 6월 물가안정목표 점검 설명회에서도 한은 총재의 매파적인 발언에 단기금리가 치솟았다.

7월 금융통회위원회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기자회견에서 한은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에도 당장 오는 8월 회의부터 금리의 인상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10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이어갔지만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11월)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채권시장에선 다음 달 금리 인상이 확실시됐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선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은 한두 번의 금리 인상이 끝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고 해석됐다.

최근 금리 급등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매파적인 발언들이 맞물렸다는 점이 한몫했다. 과거 한은 총재나 한은의 개입 때보다 변동성이 더 커진 이유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전일 하루에 3년 국채선물이 30틱 가까이 빠졌는데 이렇게 움직이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며 "이 총재나 한은이 미리 달래주기만 했어도 이 난리까지는 안 났을 텐데 그때 깨진 심리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정화 조치와 같은 발언이 나와도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올해 분위기가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는 가운데 성장률도 나쁘지 않고 그래서 한은 총재의 발언도 더 분명하게 매파적이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며 "중앙은행들은 태생적으로 매파적일 수밖에 없는데 매파 본색이 드러나게끔 판이 깔리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한은 총재 입장에서 저금리가 상당히 불편했을 텐데 1.25% 기준금리까지도 긴축은 아니고 완화 정도의 조정이라고 말한 것이 레토릭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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