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6일 헝다(恒大·에버그란데)발 부동산 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를 막고자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그동안 과도한 부채의 고삐를 당기는 디레버리징 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중국 당국으로서는 금융시장과 경제에 닥칠 급격한 충격을 막으려면 쓸 수밖에 없는 방편이었다. 중국 경제는 레버리지 과다, 생산성 저하, 내수주도 성장 어려움 등의 구조적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장애물들을 잘 극복해도 지난 10년간 7.7%의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 경제가 앞으로 15년간 4% 후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립적 시나리오에서는 3% 후반, 비관적으로는 2% 후반에 불과했다.

정반대로 미국 중앙은행은 같은 달 앞으로 통화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였다. 12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지난달 의사록에서 금융시장과 경기 상황이 괜찮다면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 인상 시기를 더 당길 수 있다는 내용을 현실화했다. 전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매월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당초 계획보다 확대하고 내년 기준금리를 3회 인상할 수 있다는 기조를 보였다. 이를 두고 시장은 예상 수준이라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내년 실제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미지수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 함수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조류가 엇갈리면서 시선을 끄는 것이 위안화 가치다. 12월 FOMC 후 달러-위안 환율은 6.36위안으로 지난 8일의 6.34위안 수준보다는 높아졌지만 올해 7월의 6.51위안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위안화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지준율 인하와 헝다 사태에 따른 위기에도 위안화 가치가 약해지기보다 되레 강해진 셈이다. 이런 위안화 강세 배경에는 전력난 탓에 대량으로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석탄 등의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자본 유출을 걱정하는 중국 당국의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9일 인민은행은 중국 내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외화의 지급준비율을 7%에서 9%로 높였다.

한 국가의 통화 가치가 경제 펀더멘털을 계속 거스를 수 있을까. 현재 위안화와 중국 경제의 디커플링이 지속할 수 있을지는 우선 중국의 성장이 어떻게 나올지에 달렸다. 앞으로 지준율 인하의 효과로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다면 현 상황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반대라면 지난 2015년 8월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단행했던 위안화 절하 조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시 위안화 가치가 하루 만에 1.8% 절하 고시됐다. 더군다나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을 가속한다면 중국에서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진다. 자본은 돈값인 금리를 따라 이동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인민은행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검은 호랑이해라는 2022년을 준비하는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성장경로와 위안화 환율을 점검해야 할 때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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