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기업대출로 분류되면서 3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자영업자대출이 '회색코뿔소'로 지목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국내은행이 취급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299조7천억원으로, 지난 1년 사이에 무려 10%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나서며 가계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5.8%로 관리된 것과는 상반된다.

자영업자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되며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이다. 지난해 은행들은 총량규제에 막혀있는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직격타를 받자 정부는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통해 이들에 대한 대출을 지원해왔다.

문제는 자영업자대출은 부채상환 책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는 등 가계대출과 비슷한 성격이라는 점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부담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는 대출이다.

금리상승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다. 국내 시장금리는 올해 추가 2회 기준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한 상태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일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차주의 14.6%가 대출잔액이 연 소득의 5배를 상회해, 대출금리가 1.0%포인트(P) 상승하면 소득의 5% 이상을 추가적인 이자로 부담해야 한다. 오는 3월에는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충격이 누적되면서 한계상황에 이른 상황이다. 최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 감소나 대출 상환 부담 등으로 폐업을 고민하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응답자의 23.8%는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가 '특별한 대안 없음'이었다.

이에 시중은행들에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달 초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들이 제출한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 계획을 상향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을 지난 2020년 말보다 줄인 상황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각각 54억원, 1천7억원, 867억원, 1천363억원 감소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 부채리스크 점검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 등에 따른 부정적 충격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대손충당금 등을 충분히 확충할 것을 재차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가계부문의 실질 부담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부담을 개인이 고스란히 지는 자영업자대출도 가계대출과 연계해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작년 8월 이후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을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최종 금리 수준은 기존 전망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 코로나로 인해 누증된 부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를 통합 관리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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