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교수신문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다. 천적 관계인 고양이와 쥐가 같은 곳에 있다는 뜻으로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이권을 노리는 사람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고 이득을 취하는 행태가 만연했다고 교수사회는 일갈했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은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의 구분이 없다. 돈이 되면 다 한다. 불법과 탈법도 서슴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100억 원대의 구청 자금을 횡령해 77억원을 주식투자를 하다 적발되고 오스템임플란트의 직원은 무려 2천20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하다 쇠고랑을 찼다. 경제적 자유를 얻자는 달콤한 속삭임에 귀가 어두워진 채 주식, 코인, 부동산에서 대박을 꿈꾸고,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돈을 건드리는 일이 발생한다.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것이다. 돈을 쫓아다니는 대중들의 욕망은 서점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경제·경영 분야 서적이 작년에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가 생긴 이래 4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자본시장에서도 최근 우려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신라젠은 상장 전에 발생한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앞서 말한 오스템임플란트도 직원 횡령으로 인해 상장폐지의 위기에 빠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코프로비엠은 대규모 수주 공시 전 임원들이 내부자 거래를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직후 대표와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팔아치워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매도는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모럴 해저드로 불리며 민감한 국민 정서를 건드렸기에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남이 가진 건 나도 갖고 싶고, 하나 얻으면 둘을 바라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시장에 투영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기업의 내부통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됐고, 제3자를 통한 감시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당국은 뒷북 대응에 급급하다. 총체적 난국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증시 불공정 행위 단속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다. 화들짝 놀란 당국에서 뒤늦게 이것저것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기 시작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기왕에 하려면 제대로 했으면 한다. 대선 국면 때만 반짝하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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