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투자 시계가 뿌옇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 등의 외연적인 이슈도 문제지만 이보다는 '금리'라는 금융시장 내부의 지각 변동 때문이다. 지금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다. 미시(micro)가 아니라 거시(macro), 즉 매크로 상황이 뒤집히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이전의 투자 관성을 그대로 가져가야 할까. 아리송하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어느 길인지는 안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기조 전환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지만,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 모르는 게 문제다. 온갖 추측이 나온다. 조만간 연준이 일정에 없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서 긴급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다거나, 3월에 50bp 인상 결정으로 포문을 열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전문가도 잔뜩 긴장해 있다. 골드만삭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함께 연내 7회 금리 인상 전망 대열에 동참했다. 조기 양적긴축(QT) 가능성도 나온다. 연준 대차대조표에서 5천억 달러를 줄이는 것이 단기금리를 25bp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빨강)와 나스닥 지수(파랑) 추이
2019년부터 최근까지 기간(주봉 기준)

 


이런 와중에도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 행태가 바뀌지 않는 점이 포착된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밀릴 때마다 매수에 나선 개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누적으로 8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순매수했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마찬가지다. 연초 이후 레버리지가 들어간 지수 인덱스형 상장지수펀드(ETF)와 테슬라 등이 포함된 50개 해외 종목을 총 46억 달러(5조5천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얼마 전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저조한 투자실적의 이유 중 하나로 과잉확신을 지적하기도 했다. 과잉확신은 자신이 보유한 정보와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1970년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1981년 9월 15.84%가 고점, 2020년 8월 0.50%가 저점.

 


앞이 안 보이고 지반이 통째로 흔들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게 돈 버는 길이다. 낭떠러지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는 곳으로 들어서기보다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리면서 쉬는 게 낫다. 지난 40년간 하락해 마이너스 영역까지 내렸던 금리가 인플레이션의 복귀로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금리는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기초가 되는데 지금 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팬데믹으로 부쩍 부채를 늘린 가계와 정부 모두 문제가 생긴다. 이미 기업 회사채 발행은 삐걱거리고 있다. 빠르게 불어나는 이자 부담을 견딜 수 없으면 결국 보유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한다. 이게 이자의 무서움이다. 이걸 아는 부동산 시장은 이미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일부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이 최고 6%에 육박했다고 한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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