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수출입 금액·물량지수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기준·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2015년 100기준)는 159.29로, 1년 전보다 42.8% 올랐다. 1988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이다. 0eu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경상 흑자 달러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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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금융위기가 유럽 재정위기로 번져 전 세계가 긴장하던 2013년쯤 월가에선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라는 말이 유행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만든 이 용어는 금융위기에 취약한 5개 나라를 의미한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로 이머징마켓(신흥국)이다. 2016년에는 인도와 브라질이 빠지고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들어갔다.

프래자일 파이브는 미국이 돈줄을 죄는 시기에 화두가 된다. 미국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하거나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전 세계에 퍼졌던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특히 경제 여건이 취약한 이머징마켓에서 급속히 자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프래자일 파이브를 선정할 때 보는 대표적인 지표는 경상수지다. 경상 적자 규모가 큰 나라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충격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환 보유액 대비 외채 비율과 해외 투자자의 정부채 보유 비중, 미국 달러 표시 채무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도 모건스탠리가 유심히 보는 항목이다.

지금 이 시점에 '프래자일 파이브'를 다시 떠올린 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둔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점검해보자는 차원에서다. 환율과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고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대외교역 조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위기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을까.







경상수지의 기반이 되는 무역수지는 2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월 무역수지는 48억9천만달러 적자로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다. 관세청이 발표한 2월 1~10일 무역수지도 35억달러 적자다. 수출은 잘 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미국과 중국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수출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의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무역수지는 추세가 한번 형성되면 되돌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 경제는 무역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무역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경상수지에도 부담이 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정수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온다. 새해 초부터 추가 경정 예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통령 선거 이후 공약을 이행하려면 결국 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석학들은 공식 학술대회를 통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신용등급에 압박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는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악화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과거 우리 경제에 트라우마를 남겼던 외국인 자금의 이탈,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조정과 투기 세력의 공격이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3월 대선 후 새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숙제는 대내외 경제의 파고 속에서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방파제를 쌓는 일이다.(취재본부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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