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시점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글로벌 공포가 확산하는 시기와 맞물리는 게 우연의 일치일까. 우크라 사태 여파로 브렌트유는 7년여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10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런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악순환을 만든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키우면, 이런 심리가 다시 에너지 가격을 또 높이는 불쏘시개가 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은 유럽과 중국 물가 상승폭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다. 물가 우려가 계속되는 한 러시아의 행동 하나하나는 지렛대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역, 국가별 인플레이션 상승에 기여한 요인 분석
출처 : IMF






사실 물가 이슈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치러야 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이미 골치 아픈 숙제였다. 지난 1월 기자회견 직후 바이든은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한 언론사 기자에게 '멍청한 XX'라고 혼잣말한 것이 인터넷상에서 주목 받기도 했다. 이때 기자가 질문한 내용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정치적 부담에 관한 것이었다. 이달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자 올해 말까지는 물가가 상당 부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의 최우선 순위 경제정책은 물가 잡기인 셈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여주는 지표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8282 경제종합 화면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부의 최대 관심사도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일시적이라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퍼지면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에 경고등이 커졌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요즘 맥을 못 추는 위험자산 가격의 방향타도 쥐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이느냐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횟수와 양적 긴축(QT)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올해 남은 7번과 내년 초 2번 등 총 9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면 내년 3월 기준금리는 2.25~2.5%에 이르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쥘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창을 겨눈 러시아의 힘도 빼는 공통의 해결책은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 관리일 수 있다. 특히 요즘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게 에너지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의 가격 안정을 조성할 환경을 제공하는 게 절실하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이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이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란산 원유가 공급된다는 소식이 곳곳에 안도감을 줄 수 있다. 봄볕이 내리쬐는 시기 열리는 3월 FOMC도 그중 하나가 될 여지가 크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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