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값과 비트코인이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값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 삼아 최저점 1700달러에서 1900달러까지 수직상승했으나, 비트코인은 최고점 6만7천달러에서 3만4천달러까지 추락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금값이 부활의 서곡을 울린 반면, 승승장구하던 비트코인은 나락으로 빠져들어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림







금값의 반등은 안전자산의 지위를 되찾았다는 의미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이 무엇인지 되묻는 계기가 됐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인플레이션 시대에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비트코인은 과연 전쟁시에도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했고, 그 반사이익을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이 향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과 천재지변이 오면 안전자산이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금값과 엔화 등 안전자산의 위상이 올라갔던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러시아가 방아쇠를 당긴 이상 앞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속적으로 시장에 불안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시대에 안전자산의 대표자가 금이라는데 시장의 중지가 모였다는 점은 중요한 함의가 있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안 그래도 물가상승 압력이 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대체자산으로서 금의 위상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에겐 금에 투자할 요인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다는 비트코인의 투자 논리는 금의 부활 앞에 무뎌졌다. 비트코인은 이제 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 취급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결정타가 됐지만, 비트코인 자체의 내재적 요인도 크다. 미국의 돈줄죄기 이후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유동성의 증감 여부에 따라 급등락하는 초위험자산적 요소가 비트코인에 내재해 있다.

안전자산의 요건은 금처럼 등락의 폭이 크지 않고 꾸준하다는 점인데 비트코인은 그런 면에서 결격사유가 있다.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이 신뢰할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지독한 변동성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비트코인의 시세가 크게 출렁이는 점은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기 힘든 요소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이름의 안전자산과 변동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위험자산의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변수 앞에 이제 안전자산의 가면을 벗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 사건이다. 전쟁이 금의 가치를 일깨워줬고, 비트코인의 미몽에서 벗어나게 해줬기 때문이다.(취재본부장)

jang7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