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 증시는 올해 첫 성적표가 나오는 기업 실적발표 기간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1분기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어려운 시기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고 빨라진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지정학적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기업도 증시도 모두 곤란했다. 코스피 지수는 한때 2,600선을 밑돌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와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확산했다. 지금 시장에서는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50bp(100bp=1%) 인상할 가능성을 71%로 추정하고 있다. 6월 50bp 이상 인상할 가능성도 80%를 웃돈다.

특히 코스피는 세계 증시와 비교해 성적이 좋지 못했다. 1분기 달러 환산 기준 코스피 지수는 6.7% 내렸다. 같은 기간 홍콩과 대만 증시 낙폭이 약 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4%에 그친 것에 비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코스피에 대한 '구애'는 미적지근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이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8조5천억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기관도 총 6조8천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만 5조1천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 투자자들의 신용잔고도 1월 초 한때 12조를 넘었다가 2월 중순께 10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기도 했다.



신용잔고(파랑)과 코스피지수(빨강)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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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전망치도 내려앉았다. 교보증권은 유동성이 풍부해서 3,000수준이었을 때와는 환경이 다르다며 4월 지수 범위를 2,600~2,800으로 제시했다. 코스피가 2,700을 밑돌면서 투자 매력이 생겼지만, 바닥을 치고 오른다는 것은 앞서나간 해석이라고 경계했다. 삼성증권은 2분기 2,650~2,950 박스권 내에서 점점 계단식으로 상승한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1분기는 예상 밖 악재와 불확실성이 지배한 '미지의 세계'였으나 2분기는 불확실성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익숙한 세계'일 것으로 진단했다. 신한과 하나금융투자도 각각 2,600~2,850, 2,580~2,850을 전망했다.



증권사 코스피 월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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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면 옥석이 가려질 수 있다. 상장사 중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붕괴에 따른 비용 상승을 소화한 곳이 눈에 띌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승이 장기화할 여지가 커서 이번 성적만으로 판단하기는 찜찜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다. 1분기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배럴당 76달러에서 115달러까지 뛰었으며 내려올 기미가 안 보인다. 수입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달러-원 환율도 1천240원까지 올랐다 내렸지만 역시 고공행진을 지속한다. 한국 국고채 10년 금리도 8년 만에 3% 선위로 솟았다. 또 불황 신호로 알려진 미 국채의 장단기금리 역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데도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아직은 방향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투자 대가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겸손한 자세를 가지라고 충고한다. 1천400억 달러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는 1981~1982년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신문 기고와 TV 출연은 물론 의회에도 나가 증언했지만, 자신이 틀렸던 경험을 들려준 바 있다. 달리오는 당시의 일로 옳다고 자신하는 것보다 언제나 틀릴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투자 판단에 이로운 것을 자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열린 마음가짐(Open-Mindedness)으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의 강함(The Power of Not Knowing)을 깨달으라고 충고한다. 투자도 성찰과 자기 수양이 필요한 일이다. 쉬운 게 아니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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