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전과 같은 자산 가격의 'V'자 반등은 앞으로 없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2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락했던 자산 가격은 급격한 반등세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세계 경제를 구하기 위한 조치였던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통화완화와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은 경기 침체를 막아내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수십 년간 잊혔던 인플레이션을 부활시켰고, 금리 급등이라는 부작용도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불안,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 우려까지 가세했다.
이달 열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결정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한칼에 잡아줄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제롬 파월 의장마저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무너져 내렸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꺾이더라도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할 여지가 많고, 그러면 시장의 변동성도 당장 진정되기 힘들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인상 폭이 자이언트 스텝(75bp)이 될 가능성이 지속하는 데다 양적 긴축(QT)으로 인한 유동성 흡수가 계속한다면 내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시장 심리를 장악하고 있다.
비관론이 모든 걸 지배하는 시기에 시장을 바라보는 거 자체가 고통이다. 투자자들은 싼 가격이 더 싸지는 걸 보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정신적 피로감을 견뎌야 한다. 리스크 관리했다면 주가 하락 전에 비중을 줄여야 했지만 이미 상당한 손실을 봤기 때문에 돈과 자신감 모두 잃고, 후회막급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구루(guru)들은 당장 닥친 현실부터 파악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요동치는 자기 마음부터 붙잡는 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살 수 있는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상황의 주범인 물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은 필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올해 3분기 고점에 도달하고, 내년 3분기쯤에는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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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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