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예상 못 한 가상화폐 테라의 가격 폭락으로 디지털자산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소셜미디어(SNS)에 등장하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손실 근황을 담은 글이나 계좌를 캡처한 사진을 보면 마이너스(-) 70% 정도는 명함도 못 내미는 참담한 경우가 많다. 가상자산이 과거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인플레 상승 시기에 가격이 내려갔으니 헤지 자산으로 쓸모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셈이 됐다.









작년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불붙은 가상화폐 열풍은 국내 거래소들을 급성장시켰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자산총액이 약 11조에 육박하면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재계 순위로는 44위다. 하지만 올해 가상자산 가격 급락으로 거래량이 줄면서 이전 같은 성장은 힘들 전망이다. 국내에서 업비트 다음으로 큰 빗썸 코리아는 올해 1분기 845억 원의 영업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분기에 비해 61% 급감한 수치다. 작년 1분기 비트코인 가격은 3천만 원대에서 7천만 원대로 폭등해, 많은 투자자를 코인 거래에 뛰어들게 했다.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불신이 커졌지만 이미 1조 달러 규모를 훌쩍 넘은 세계 시장 규모는 물론, 국경 간 자유로운 자산이동과 관련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쓰임새는 가상자산을 무시할 수 없게 하는 점이다. 또 기존 기관투자자들이나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익스포저도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세계 상위 100개 은행 중 55개가 암호자산이나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작년 헤지펀드의 21%가 암호자산에 투자해, 이들 운용자산의 3%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제 가상화폐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서비스까지 생긴 상태다. 기존 금융과의 연계성이 높아진 셈이다.



업비트 홈페이지의 고객센터






단, 가상자산 생태계가 살려면 신뢰부터 되찾는 게 우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공시제도부터 도입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거래란 기본적으로 상호 믿음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여당이 주최한 국회 행사에 모인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도 가상화폐 발행사가 자산, 부채, 자본금 등을 공시하는 의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단 가상자산이 아니라도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은 금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려던 역사적인 노력이 공시와 신용평가 등의 제도다. 가상자산시장에도 이런 유사한 기틀이 확립되면 신뢰를 바탕으로 가상화폐의 옥석 가리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제도 안착 등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은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시장이 더 활발해지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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