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추석 연휴 동안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위협구를 던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앞으로 몇 번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분 차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한 콘퍼런스에 나와 물가 상승세가 진정될 때까지 고강도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 결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이 반영하는 연준의 9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90%에 달했다.


올해들어 WTI 가격 추이
인포맥스 7229 원자재>CME>선물현재가



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존의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강경 기조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는 중앙은행이 먼저 통화 정책을 되돌리는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였다가는 시장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산 가격이 다시 반등하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가라앉지 않으면 지금 어렵게 잡아가는 물가 고삐를 다시 놓칠 수 있다. 하지만 강경 통화정책으로 인한 유동성 흡수와 고물가 자체가 자동으로 초래하는 경기 냉각 조짐은 이미 스멀스멀 나타나고 있다. 유가 등의 원자재 가격 하락이 대표적 현상이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건 더 자명한 증거다.


올해 들어 천연가스 가격 추이
인포맥스 7229 원자재>CME>선물현재가



특히 에너지 가격은 심상찮다. 최근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85달러까지 내렸다. 지난 3월 130달러에 달했고 6월에도 123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00달러선 아래로 멀어졌다. 천연가스도 내렸는데 이는 다소 의외다. 올해 초 3천달러에서 지난달 9천68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들어 급락해 8천10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대란을 겪었던 유럽이 다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하락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또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최악의 정체를 보였던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 근처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의 숫자도 크게 줄었다. 지난 1월의 100척에서 최근 10척 정도로 감소했다고 한다. 공급망 붕괴에 따른 인플레 압력도 개선 기미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들의 기여도 추이
출처 IMF



팬데믹 기간 인플레이션을 급등하게 한 주범은 식량과 에너지였다. 최근 약간의 변화는 엿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식량의 물가 압력 기여도는 좀 더 높아졌지만, 에너지 관련 분야는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소폭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는 것은 큰 물가 압력 중 하나가 약해진다는 의미다. 그렇더라도 당장 연준과 ECB, 한국은행 모두 긴축기조를 내년까지 이어갈 가능성을 일축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결국 나오는 데이터에 따라 정책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중앙은행이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계곡물이 얼음 아래서는 졸졸 흐르는 소리를 낸다면 느려도 봄이 온다는 신호일 수 있다. (투자금융부장)
libert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2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