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정필중 기자·유기성 연구원 = 국내 산업이 특정 업종 위주로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이런 쏠림과 불균형으로 인해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특히 주요 업종의 운전자산 부문이 가장 불균형이 높아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연합인포맥스 산업 분류 기준 ISIC(Infomax Standard Industrial Classification)에 따르면 국내 127개의 하위산업 중 영업이익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하드웨어 및 주변 장치'(27%), '반도체 제조, 설비, 관련 서비스'(13%), '철강'(10%), '해상 운송 및 물류'(7%), '범용 화학 제품'(6%)으로 꼽혔다.

기업 수로 따지면 전체에서 해당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69%이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63%로 과도한 쏠림이 드러난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다.

ISIC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분류 기준을 기반으로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증권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만든 산업 분류 체계다.

ISIC 상위 5개 업종의 영업이익은 지난 3년간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드웨어 및 주변 장치에 속한 기업의 영업이익은 2019년 142조 원에서 2021년 320조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 설비, 관련 서비스 업종은 3조1천906억 원에서 15조5천63억 원으로 5배 수준으로 증가했고, 철강은 3조3천845억 원에서 11조4천682억 원으로 3배 이상, 해상 운송 및 물류는 281억 원에서 8조1천341억 원으로 폭증했다. 범용 화학 제품 역시 2조8천179억 원에서 두 배 넘는 수준인 7조5천633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5개 업종이 상장사에서 각각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3년 전에 비해 모두 증가했다.

국내 산업이 5개 업종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편중이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불확실성 및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변동성에 노출될수록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확률 역시 커진다.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분석해 재무상 취약점을 평가하는 신용 불균형 추적 장치(CIT·Credit Imbalance Tracker)로 5개 업종의 기업을 살펴본 결과, '해상 운송 및 물류'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운전자산 부문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운송 및 물류는 원래 운전자산의 비중이 높지 않다.

그중 반도체 제조, 설비, 관련 서비스 업종의 운전자산 CIT 점수는 2.64로 5개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점 만점 기준으로 높을수록 불균형하다는 것을 뜻한다.

ISIC 기준 상장사 상위 5개 업종 CIT 점수
[자료:연합인포맥스]


운전자산은 외상 및 어음 매출로 구성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운전자산이 증가할수록 현금순환주기가 길어져 단기차입금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이 취약하다는 건 타 업종보다 매출 관련 영업대금 회수가 어렵고, 판매 부진으로 재고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중한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비중이 문제로 지적된다.

양기태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피데스 어드바이저리 전무)는 "통상적으로 부실 기업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운전자산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이라면서 "5개 업종의 운전자산 불균형 문제가 상위에 놓여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주요 업종의 재무제표 불균형이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내년 초 침체가 예상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크게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현재가(화면번호 6531)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역전 폭은 마이너스(-)67.61bp까지 늘어났다. 이는 1982년 2월 -70.5bp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수준이기도 하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 전조로 해석된다.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 역시 역전됐다.

양 교수는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모두 역전한 상황이고, 최근 20년 동안에서는 가장 높은 역전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오면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재무적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액 대비 단기성 차입금이 높은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이는 향후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이것이 완만한 수준이 아닌 심각한 수준으로 올 경우 공포 심리 확산으로 신용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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