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는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다. 올해같이 서울채권·외환시장이 유동성 부족으로 곤란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외적으로 미국 물가 수치의 가파른 상승세가 다소 꺾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성 매파 성향이 누그러진 데다 국내 심리를 위축시켰던 각종 사건이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으로 해소됐기 때문이다. 다만 마음을 푹 놓기에는 이르다. 2023년 나타날 경기 둔화 속에 잊혔던 밀린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되는 유동성은 해소됐지만, 업종별, 지역별 신용 위험이 터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특히 부동산과 여신전문회사가 눈총을 받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은 건설뿐 아니라 캐피탈사에서 이미 나타났으며 포스코 같은 제조업까지도 번지고 있다.
우선 회복이 요원한 부동산시장은 장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주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낮아지지 않는다면 신규 주택 수요가 위축될 뿐 아니라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기존 담보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키운다. 이런 여파는 개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사업성을 깎아 먹고, 결국 자금조달 창구인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이 실패할 위험을 키운다. 이러면 PF에 신용공여를 한 증권사와 시공사가 부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여전사들은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PF 대출 위험도 부담인데다 경기 둔화에 따라 다중채무자들에게 빌려준 대출도 부실화할 수 있다.
지난 3분기 가계부채가 1천8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고금리 환경은 취약 차주의 부담을 키운다. 하지만 내년에도 올해 같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 유동성 상황이 일단락된 상태에서 정부의 구제가 계속 이뤄진다면 시장 참가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가격 기능도 왜곡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에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위가 기저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앞으로 금융당국이 지원 일변도가 아닐 것임을 시사해준다. 새해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더 세심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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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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