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시장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30~40% 떨어진 채 실거래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 송도, 동탄 등 지난해 급등한 아파트 단지는 반 토막 난 거래도 심심찮게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 조짐을 보이자 정부 당국은 문재인 정부 때 만들었던 규제를 사실상 모두 풀었다.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하고 모든 투기지역을 해제했으며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규제 등도 모두 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려놨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한국의 부동산시장도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참여정부 때 급등한 후유증이 컸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유동성 축소의 영향도 있었다.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부동산이었다는 점도 심리적 충격을 줬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해연도 부동산시장의 큰 폭탄은 잠실 입주장이었다. 엘스와 리센츠, 파크리오 등 재건축 단지가 준공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말에 리센츠(5천563가구), 8월말에 파크리오(6천864가구) 9월 말에 엘스(5천678가구) 등 약 1만8천여세대가 주인을 맞이했으나 부진한 입주율이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리센츠의 입주율은 준공 4개월이 지나도록 70%에 불과했고, 엘스도 초기 입주율이 40%에 머물면서 이른바 입주 대란이 일어났다.

'잠실대란', '잠실 물량폭탄', '역전세난'…주택시장의 새 변수, 파장 심각 등 당시 뉴스를 장식하던 헤드라인은 침울했던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08년 6월 9억5천만원까지 찍었던 엘스의 실거래가(전용 84㎡ 기준)는 같은 해 12월 7억5천만원(-21%)으로 폭락했고, 2007년 8월에 입주한 옆단지 트리지움 전용 84㎡는 10억원에서 8억원으로 20%가량 떨어졌다. 잠실을 대표하는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 이른바 엘리트 3형제가 한꺼번에 나락으로 빠지면서 인근 강남 일대 부동산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잠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약 15년 만에 고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폭락 '시즌2'가 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집값 폭등 때문에 정권이 바뀌고 부동산 잡기에 정책의 모든 초점이 맞춰진 게 불과 1년 전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집값이 그동안 과하게 올랐기 때문에 제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시장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에 파장을 미치므로 연착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이번에 꺼낸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도 갑작스러운 폭락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책을 놓고 '둔촌주공 구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최근 서울 주요 지역에서 발생했던 아파트 미분양, 미계약 사태가 정부의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해도 과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둔촌주공은 이번에 미계약의 큰 고비를 넘기더라도 또 하나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2년 뒤 찾아올 1만2천세대의 입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잠실 엘리트가 겪었던 운명을 둔촌도 겪을 것인지, 그때쯤이면 금리와 경제 여건이 나아져 무난히 입주장을 넘길 것인지 지금 예측하기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이제 부동산시장에 과거 '잠실 대란'과 같은 역전세 홍수가 다가올 것이며, 그 파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주거와 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과 증권, 은행, 캐피탈 등 금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수출 둔화로 무역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착륙이라는 짐이 추가될 경우 우리 경제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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