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원화의 국제 통용이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수준의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대로 외국인의 원화거래 불편이 해소되면서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고, 외환거래 규모 확대도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국외 자본의 접근성이 좋아진 국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이 세계 10위권인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에 걸맞게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빗대 설명했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기재부가 이번 방안을 준비하면서 만난 50여 곳의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해서 국내에서 거래해야 하지만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고 ▲거래시간이 한정적인 점을 장애요인으로 지적했다. 이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선진국 통화가 자국 밖에서 24시가 자유롭게 거래되는 것과 다르다. 선진화 방안은 현 서울 환시의 구조가 달러-원 환율 자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약점을 해소하는 측면도 강하다. 특정 업종의 환 헤지 물량이 쏟아지거나 국민연금이나 서학 개미의 해외투자가 단기적으로 급증하게 되면 어김없이 환율이 급변동했고 이는 모든 경제주체를 언제나 전전긍긍하게 만들어왔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외환시장의 문호를 개방하는 과정에서 시장 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제도와 컨틴전시 플랜을 보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해외기관의 원화 거래가 늘어나는 새로운 국면에서 기존 국내기관 중심의 외환 건전성 관리 체계는 반쪽짜리가 될 위험성이 있어서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이번 선진화 방안의 함의는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개혁 의지를 펼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치욕스러웠던 20여 년 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대내외 모두에 비칠 수 있다. 현상 유지를 선호하면서 최대한 리스크를 피하려고 부정적 근거만 나열하는 정부와 시장에 대해 해외의 평가가 좋을 리 없고, 결국 원화 자산에 대한 매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이나 영화 기생충 등으로 대표되는 K 문화가 전 세계를 주름잡으면서 대한민국의 '소프트 파워'가 커진 상황이다. 우리가 먼저 빗장을 푸는 모습은 원화 자산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원화 안정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 서울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등은 한 단계 성숙을 위한 시험대에 서 있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채권시장은 FTSE러셀의 세계국채지수(WGBI)에, 주식시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두 지수 편입을 가로막는 해외 투자자의 접근 장애요인을 해소하려는 제도 정비에 서울 환시의 개혁은 핵심 사항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선제적인 개혁 선언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장기 성장률을 짓누르는 규제 혁파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가 어떻게 짜일지 주목하고, 고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자국 경제를 추스르는 데 몰두하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우리 정부가 전세계에서 혁신 아이콘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일에 먼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 감독은 "당신의 관점이 현실을 만든다. 이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환시의 개혁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초석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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