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물가 상승세는 누그러지고 있다. 여기에 맞춰 그동안 물가와 경기에 대해 켜켜이 쌓았던 근심을 덜어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대로 급하게 약화하지 않는 것도 지난 1월 미 고용지표와 소매 판매를 통해서 확인했다. 최근 세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보면 개인별로 25bp일지 50bp일지만 다를 뿐 연일 시장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를 주입하는 작업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다. 이 효과로 미 채권시장에서는 최종금리(terminal rate) 전망이 5% 중반으로 올라섰으며 금리인상 횟수도 올해 5회 이상까지 예상된다. 연방기금금리선물(FF) 시장은 오는 3월 미 연준이 50bp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18%로 반영했다. 이전에는 절반에 그쳤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오는 3월과 5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다고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번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서울 채권시장은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지만, 국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는 점 때문에 나올 발언의 수위를 주목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금리차 역전 폭의 확대는 서울 외환시장 개방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자본 이동과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이미 이달 초 1,216원까지 빠르게 떨어졌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 1,300원 선 위로 상승 시도를 보였다. 앞으로 한미 경기 온도 차와 미 연준의 매파 기조 강도에 따라 글로벌 달러가 재강세를 보인다면 달러-원은 1,300원 위로도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여지가 있다. 이에 따른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높여 국내 물가 안정에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금통위 간담회 때 이창용 총재를 통해서 공개되는 금통위원들의 발언에서 비둘기 성향을 억제할 요인이다.
어렵게 잡은 물가 상승세가 자산가격 상승으로 다시 꿈틀대기 시작해서 예상보다 더 길게 고물가 기대가 굳어진다는 걱정이 시장에 재각인되고 있다. "목표인 물가 안정도 결국 다 경기를 위해서이고, 중앙은행도 결국 경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중앙은행 출신 인사에게 들은 적이 있지만, 이번 주는 그 말을 적어둔 수첩을 서랍에 고이 모셔둬야 할 상황이다. 섣부른 전쟁 승리 선언은 되려 중앙은행이 다시 급발진할 위험성을 높이는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의 약탈적 행태를 지적하면서 대출금리 인하압력을 높이는 점은 이번 주 금통위가 매파 발언을 내놓는 데 부담을 덜어줄 여건이다. 또 미 국채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MOVE 지수가 작년보다는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점도 금통위의 발언에 자유를 줄 수 있다. 결국 금통위는 최근 바뀐 물가에 대한 전망과 향후 정책 대응 경로에 대한 밑그림을 시장에 재확인해줄 필요성이 있다. 존재 이유를 보여줄 주간이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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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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