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부터 수출전략 회의를 신설해 복합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세계 경제가 드라마틱하게 반등하지 않는 한 뾰족한 해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가지는 의미는 삼척동자가 알 정도로 각별하다. 대한민국이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부흥한 계기는 누가 뭐래도 수출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맨주먹 하나로 일어서기 위해선 밖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좋은 물건 만들어서 해외에 파는 수밖에 없었다. 수출이 잘 되면 경제가 흥했고, 내수도 동반 성장했다. '한강의 기적' 밑바탕엔 수출 신화가 있었고, 역설적으로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불러온 단초는 약 2년간 지속됐던 무역적자로 인한 달러부족과 대외신인도 하락이었다.


최근 3년간 무역수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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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위주로 형성된 우리나라의 경제시스템은 항상 외부 변수에 취약했다. 석유와 가스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우리 경제엔 주름살이 패였고, 환율이 들썩이면 애써 벌어온 수입대금도 눈 녹듯 줄어들었다. 눈 뜨고 코 베이기 일쑤였으니 바로 이게 소규모 개방경제가 가진 구조적 한계였고 경제체질이 개선됐다고 하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인 이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지 딱 1년이 됐다. 전쟁이 세계 경제에 가져온 악영향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도 피해를 입혔다. 환율은 오르고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는 역대급 무역적자 행진을 기록중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 126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2월 1~20일까지 무역수지도 수출 335억달러, 수입 395억달러로 약 60억달러 가량의 무역적자를 냈다. 이 기간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였으나 수입은 9.3%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에너지 수입은 늘었으나 세계 경기 악화로 물건을 만들어서 해외에 팔 곳은 마땅치 않다는 게 데이터에 고스란히 박혀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의 비애(悲哀)다.


지난 1년간 유가(WTI)와 달러-원 환율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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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날이 갈수록 누적되는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무역적자 기조가 계속되면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고, 우리 경제 전반에 위기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 IMF 위기의 출발 역시 무역적자였는데,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수출에서 회복을 못 한다면 경제회복의 해법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과 기간 산업의 위기가 오래 지속된다면 경제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기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우리 경제인 10명 중 6명은 올해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원자잿값과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모두 무역수지에 직격탄을 날리는 이슈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진이 여전히 우리 경제를 괴롭히는 셈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의미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그 기회를 살려야 다음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최근 정부 당국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노력 결집', '범국민적 협조' 등 추상적 키워드가 흘러나오지만 구체적인 비전과 청사진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고통 분담'으로 위기를 견디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구조 개편과 세계적 공급망 재편에 살아남을 수 있게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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