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 들어 아직 좋은 소식은 없다. 5개월째 수출이 줄고, 무역수지 적자가 1년간 지속하면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은 반도체 여파가 크다. 지난 1월 반도체의 출하 대비 재고가 얼마나 쌓였는지 보여주는 재고율이 26년 만에 가장 높은 265.7%를 기록했다. 이런 높은 재고율은 수요대비 공급이 과잉이라는 의미다. 결국 재고를 줄이려면 반도체 생산을 줄이거나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 노무라증권은 반도체 수출 급감과 동행지수의 하락세를 근거로 한국 경제의 침체가 시작됐다며 오는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출처 : 한국은행 블로그



이런 험난한 상황에서도 한국 자본시장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국채의 경우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Russell)의 세계국채지수(WGBI), 국내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WGBI 편입 자본유입 규모는 약 500억∼600억 달러(한화 약 70조 원)일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MSCI선진지수 편입이 현실화하면 국내 증시에 560억 달러(약 70조 원)의 투자금 순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두 지수 가입을 위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편하게 해주는 자본시장 제도 변경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해외 투자유치를 위해 내년 하반기 거래시간을 늘리는 외환시장 개방과 주식 공매도 등의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다. 아기 울음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 나라의 국채와 주식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모든 국채의 상환 재원은 기본적으로 조세 수입이며 이는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줄어들 여지가 크다. 또 급격한 고령화로 지금 우리의 국가 재정 건전성은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이는 나름 잘 산다는 나라가 모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꼴찌다.


금감원 기준 지난 6개월 외국인 채권잔고 월별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4576 화면



물론 인구가 줄어도 기술 혁신 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있다면 잠재 성장률의 하락을 막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최근 미국의 한 지정학적 분석가는 중국이 2030년 이전에 인구 문제로 경제적 붕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제적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인구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분석가는 한국도 중국 상황과 유사하며 동북아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우리 내부에서도 고민은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저출산 심화로 향후 5년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연평균 7만~12만 명에 그칠 것이라며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으려면 신규 취업자를 8만~10만 명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작년 말부터 재정차익거래의 축소로 국제기구가 주로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금을 빼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해 가파른 달러 강세로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외화보유액을 사용한 해외 중앙은행의 이탈도 가세했다. 이 결과 지난해 12월 27억 달러에 이어 지난 1월에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약 53억 달러가량이 빠져나갔다. 2월 들어 정체되기는 했지만 순유입으로 곧바로 전환될 유인도 많지 않아 보인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에서 비롯됐고,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조만간 정부는 저출산 쇼크에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채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좋은 소식이면 좋겠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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